퇴사, 나에게로 한걸음
나를 이해하고 나아가기 위한 시작
처음에는 매일 아침 출근할 곳이 있다는 안심에, 조금 지나서는 매달 찍히는 통장 숫자에 잠깐이나마 안도하며 회사를 다녔다.
그렇게 3개월의 수습 기간을 보내고 6-9개월의 초년생 고비를 지나 또 다른 3-6년의 슬럼프를 넘긴 뒤, 숫자 9를 만나기 전에야 처음으로 퇴사를 경험하게 되었다.
'에구, 관둬야지! 관둘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 내가, 제일 먼저 관둘 것 같다던 내가, 퇴사할 무렵에는 어쩌다 보니 조직의 역사를 말해주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지원했던 기획 직무가 아닌 영업 직무로 8년여의 시간을 보낸 건,
해보니 타고난 영업 체질이었다기보다, 일에 소명 의식을 가졌다기보다는 처음 입사지원서를 쓰던 순간부터 마지막 퇴근 도장을 찍을 때까지도 나는 나를 잘 몰라서였던 것 같다.
한 가지 직무를 꽤 오랫동안 해오고, 그 과정에 욕심과 결과도 있었다면, 나는 그 직무를 꽤 좋아했던 게 아닐까?
퇴사 후에야 내가 했던 업무들과 마주친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려는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조금씩 써내려 가다 보면 지난날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연료를 얻을 수 있으리라. 너무나도 늦지 않은 기록들이 되길 바라며 조금 더 찬찬히 나를 들여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