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Rice Code 캠페인
#농업의 경계를 무너뜨리다
농가소득은 갈수록 줄어들고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농가 평균소득은 3,719만 7,000원으로 도시 근로자의 평균소득이 5805만 288원인 것을 감안하면 도농 간의 임금 격차 이미 큰 상황이나 그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단일 작물로서 쌀은 위기는 더 큽니다. 쌀은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 감소와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그 피해를 그대로 받고 있습니다. 2016년 쌀 소비량은 61.9kg에 미쳤습니다. 30년 전 127.7kg이 소비됐다고 하니 그 소비량 반절 가량 감소의 크기가 급격해지고 있는 것은 현실입니다. 쌀 직불금으로 한 해 지출되는 금액만 1조 4천9백억입니다.
이런 총체적 난국인 농업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과연 농업 정책밖에 없을까요? 저는 하나의 질문으로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농업에는 어떤 코드가 필요할까?
오늘은 재미있는 한 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나카다테'라는 일본의 한 작은 농촌마을 이야기입니다. 주로 벼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 마을은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나카다테 마을은 하쿠호도라는 일본 광고회사에 문의를 했습니다. 하쿠호도는 이나카다테의 생계수단인 "벼"에 집중했습니다. "벼로 그림을 그려 사람들에게 홍보하면 어떨까요?" 이 단순한 생각이 실제 캠페인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색이 다른 품종의 벼를 심고 그것을 토대로 일본의 문화와 그림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홍보 방식도 접목했습니다. QR코드로 Rice-code라는 캠페인을 제안했습니다. 휴대폰으로 Rice-code를 촬영하면 바로 쌀을 구매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구현했습니다. 캠페인 후 마을 주민의 30배가 넘는 251,320명의 관광객이 방문했고 쌀 판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정부에서는 아나카다테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림이 잘 보이는 곳에 기차역까지 만들어주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담은 광고는 세계적인 광고제인 "깐느"를 비롯한 각종 광고 어워드를 석권하게 되었습니다. Rice Code는 뻔하디 뻔한 지역과 농산물 광고를 디지털과 디자인의 힘으로 살린 최고의 기획이었습니다.
자막을 못 입혔지만 영상을 함께 보실까요?
이 Rice Code 캠페인은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지역활성화를 위해 농촌과 농업에 접근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우리 농촌은 크라우딩 펀딩, 소셜 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소통 방식에 적응해야 합니다.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자체와 정부기관은 혈세 낭비식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과한 상징물 세우기는 온라인에서 매번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이런 예산 낭비을 계속 두어야 할까요? 갈수록 도농격차는 커지고 지방소멸로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4차 산업 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의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완전한 디지털이 중심이 되는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 어떻게 농촌과 농업 홍보가 이루어져야 할까요? 하지만 그 답은 매우 명확합니다.결국 공감입니다. 농촌의 콘텐츠를 공감하게 해야하며 그 영역을 디지털과 디자인의 영역까지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술은 기술을 변화시키고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준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최고 제작 책임자 맡았던 존 라세터가 한 말입니다. 이 말을 빌려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기술은 농업을 변화시키고 농업은 기술에 영감을 준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산업은 도태되어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농업도 이제 서로 변화시키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수용성을 받아들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