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브랜드를 만드는가?

by 블록군

‘온워드 Onward’를 읽으며


주말에 자주 가는 동네 카페를 찾았다. 책장 옆 자리에 앉아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책장을 보니 그 많은 책중에서 반가운 제목이 보인다. '온워드 Onward'

스타벅스에 관한 책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왠만한 내용은 다 기억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펼쳤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 새롭다. 앉아서 후루룩 볼 수 있는 분량은 아니다. 초반 정도만 다시 봤다. 그중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단락이 있었다.

치즈냄새가 점점 스타벅스만의 이야기를 희석시키고 있었다. 데운 치즈 냄새 속에서 어떻게 마법을 창출한단 말인가? 치즈냄새에 나는 극도로 분노했다. 그 냄새야말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바에서 느낄 수 있는 로맨스로부터 확실하게 멀어져가고 있는 원인이었다.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몇년동안 새로운 지역에 새로운 매장들이 신속하게 오픈했고, 그러는 사이 기존 매장의 매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열정은 사라지고 특권 의식이 들어섰다. 자신감은 거만함으로 변모했고, 어느 순간부터 모든 파트너들에게 혼란스러움이 엿보였다. 어떤 파트너들은 스타벅스의 핵심 가치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글쎄요. 음악? 영화? 매출증가?"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온워드 중)*

하워드 슐츠(스타벅스 창업가)는 두려움에 빠졌다. 자신이 만든 스타벅스의 가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경험한 것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커피와 공간 경험을 준다는 가치는 매출 극대화라는 목표 묻히고 있었다. 이것을 계기로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 엑설런트 트레이닝'이 진행됐다. 큰 손실을 감안하고 진행한 캠페인은 큰 PR효과를 가져오고, 스타벅스에 대한 관심을 찾는데 일조했다.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엑설런트 트레이닝은 2008년 5월 29일 오후 5시에 미국 전역 8000개의 매장을 닫고 바리스타에게 커피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를 연습시킨 것이었다. 이날 이벤트로 약 600만 달러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런 스타벅스의 커피에 대한 가치를 찾아가는 진정성에 대한 홍보 효과는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이후 책의 내용은 스타벅스의 가치를 다시 살리고, 그에 기반한 비전을 다시 만들어,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결국 모든 브랜드는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브랜드 비전이란 이 존재 이유와 같다. 우리 브랜드가 이 세상에 꼭 있어야 하는 이유 말이다. 다른 브랜드도 아닌 우리 브랜드가 세상에,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 그 가치를 위해서 우리 브랜드는 어떻게 행동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선언 말이다.


우리에게 각인되는 브랜드는 대부분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가치를 최선으로 실행하는 브랜드 일 것이다. 어떤 타협도 불허 한다. 커피에 대한 스타벅스의 존재 이유, 자연에 대한 파타고니아의 존재 이유는 확고하다.

물론 이것을 모르는 브랜드는 없다. 하지만 실제로 만들어가는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


이 단락을 읽고 책을 덮었다.

생각해봤다.


BLOCK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BLOCK은 왜 존재해야 할까?


혼자서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시작할때는 1년 후에는 뭔가 큰일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BLOCK의 팬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 (1년 동안 나온 4권의 BLOCK 플래너를 모두 구입하신 분)은 1000명이 될 것을 예상했다. 그리고 현재는? 그 1/10 이다. 약 100명이 그 기준에 부합한다.


1000명이란 기준을 잡았던 이유는 그정도가 되면 회사 다닐때 월급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온전히 BLOCK에 모든 것을 걸 수 있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씁쓸한 수준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르게 생각해본, 이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별 다른 마케팅도 없이, 매 분기마다 2만원이 넘는 플래너를 1년동안 꼬박꼬박 사주는 고객이 100명이나 계신 것이다. 그리고 이 고객분들은 정말 열정적으로 BLOCK을 아껴주신다. 쓴 소리도 해주시고, 걱정도 해주시고, 아이디어도 주신다. 내가 돈은 버는지, 건강은 잘 챙기는지를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매번 내년에도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메시지가 온다. 그때마다 나는 약속드린다.

단 한분이라도 BLOCK을 찾는 분이 계시면 영원히 만들거라고.


어떠한가?
이것만으로도 BLOCK은 존재할 이유가 하나는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고객 한분을 만나면 매출에 대한 걱정, 이 일에 대한 걱정이 모두 눈 녹듯이 사라진다. 어차피 3년은 바라보고 시작한 일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브런치 어워드)에 감사하다. 이 기회를 통해서 지난 1년동안의 경험을 다시 돌아보고, 내가 한 실수, 부족한 점을 다시 하나 하나 곱씹어 볼 수 있었다.


혼자 브랜드를 만들고 경험해보겠다 시작한 이후, 매일이 롤러 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기대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다가, 낙심과 패배감이 땅으로 내리 박았다. 왜 그럴까? 내 자신의 철학이 확고하지 않았다. 내 자신의 철학이 확고하지 않는데 내가 만드는 브랜드가 확고할리가 없었다.


그러니 조금의 성과에 따라서 일희일비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그런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보내면서, 가능성을 깨닫고, 스스로를 독려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때마다 나를 위로해주는 고객분들의 따뜻한 메시지가 있었다.


처음 BLOCK을 시작할때 목표가 1000명의 팬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1년만에 10%를 왔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돌아보니 내가 얼마나 무수히 많은 기회를 놓쳤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그 기회를 잘 잡고 만들었다면 목표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 나의 조급함에 문제가 있었다. 역으로 조급함만 해결하면 된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그 조급함을 해결해야 제대로 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해답을 얻었다.


그래야 BLOCK의 비전을 완성할 수 있다.

그래야 내가 상상하는 BLOCK의 브랜드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는 BLOCK이란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모두에게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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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길을,
내 브랜드를 넘어,
우리 브랜드를 만드는 길을,
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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