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책을 읽다 보니 공통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수면과 몰입의 중요성이다. 이 둘에 대해서는 부족한 나지만 책 한 권을 따로 쓸 수 있을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수면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다. 나뿐이겠는가. 유교 사상의 영향인지 우리는 잠에 대해서 굉장히 냉정하다. 4당5락이라는 말이 보편적이다. 아침형 인간, 4시간 수면법, 미라클 모닝같은 자기 계발서의 열풍도 맥락을 같이 한다. 나도 영향을 받아서 4시간 수면법도 연습하고, 5시 기상도 해보려고 노력했다. 일어날 수는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종 일 헤맸다.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하고 했지만, 도저히 안됐다.
사람은 단식하면 100일도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잠을 자지 않으면 10 일도 버티지 못한다. 잠은 영양소보다 인간에게는 더욱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에디슨은 하루에 4시간 잤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 당의 벽화를 그릴 때 3시간 일하고 15분씩 쪽잠을 잤다는 환상에 집착 한다. 그러면서 아인슈타인은 하루에 평균 10시간 잤다는 것은 들으려 고 하지 않는다. 평균이다. 10시간 이상 잔 날이 더 많다는 것이다.
4시간이든 10시간이든 우리처럼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극단적이다. 나 는 그래도 최소한 7~8시간을 자려고 한다. 물론 이때도 나만의 숙면을 위한 몇 가지 준비 요소가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푹 자려고 한다. 또 한 알람 시계 없이 자고 일어나려고 한다. 이것 역시 혼자 일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5시 일어나기 챌린지를 꾸준히 하는 분들을 존경한다. 나는 도저히 할 수 없다. 5시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최 소한 10시, 최적으로는 9시에는 1단계 수면에는 도달해야 한다. 나는 평 균적으로 침대에 누워서 1단계 수면에 들어가는데 30분 정도 걸린다. 그렇다면 최적의 시간으로 보면 밤 8시 30분에는 잠자기 시작해야 한 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내 아내는 정말 말 그대로 눕자마자 잔다. 정말 부러운 재능이다. 물론 이것만 봐도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나에겐 5시에 일어나는 것보다 적어도 10시에 자는것이 더 힘들다. 내 수면 목표 는 자정에는 침대에 눕는 것, 그리고 아침 8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침 8시까지 잔다고? 너무 게으른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아니 들 것이다.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경우는 없을 테니 말이다. 못해도 6~7시에는 일어나서 부지 런히 아침을 시작하라고 해야 사람들이 더 관심을 두고 읽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내 입장에서는 거짓말이다. 내가 못하고 안 하는 것을 하라고 할수는 없다.
난 그렇게 8시까지 잔다. 오늘은 10시간 잤다.
왜냐하면 어제 원고 작성에 심각하게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뇌가 그만큼 지친 것이다. 원 상복구 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휴식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원리다.
그런데 많은 자기 계발서는 이런 것을 무시한다. 나는 성공한 사람도 아니라서 내 방식을 따르라고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런 분 들께 아리아나 허핑턴의 [수면혁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허핑턴도 잠 의 예찬자다. 게다가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창업가 중 한 명이 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만 두려워하는 여러분께 안도감을 줄 것이다.
그럼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산수다. 24시간 중에서 4시간을 잔 사람 과 8시간을 잔 사람에게 남은 시간은 당연히 20시간과 16시간이다. 자기 계발서는 20시간이 남은 것이 최우선이고, 이 시간을 잘 쪼개서 생 활해야 성공한다는 환상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이건 산수일 뿐이다. 뇌과학에서 배운 그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블록의 핵심이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24시간 중에서 4시간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오늘 얼마나 제대로 집중했을까? 4시간을 했다면 엄청나게 한 것이다. 단순히 공부하고, 일한 시간이 아니다. 말 그대로 집중(몰입)한 시간을 말한다.
아인슈타인의 집중력은 엄청났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인슈타인은 상상으로 이론을 설계했다. 상상 속에서 빛의 속도를 계산하고, 우주의 원리를 계산했다. 실험이 아닌 상상으로, 실험실이 아닌 자신의 뇌 속에서 말이다. 그의 몰입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사람이 집중해서 일하면 그 생산성이 5배가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4시간을 제대로 집중하면 20시간을 그냥 한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뇌의 피로도 가중된다. 뇌에 집중은 하고 싶지 않은 중노동 이다. 그래서 집중이 어렵고 연습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매일 매일 엄청난 중노동을 한 것이다. 특히 기적 의 해로 불리는 1905년은 그 강도가 더 엄청났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 서 보면 평균 10시간을 자야 하는 것이 이해되고도 남는다.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아니다. 또한 에디슨도 아니다. 우리 대부분은 평균적인 우리다. 각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리고 그런 우리는 모두 다르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수면시간은 자신만 안다. 그것을 남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나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무조건 8시간은 자려고 한다.
24시간의 1⁄3 을 숙면에 사용하고, 남은 시간을 잘 쓰면 된다. 1⁄3 숙면 은 단순히 잔 게 아니라, 나머지 2⁄3 을을 위한 연료를 충전한다고 생각 해라. 연료를 충분히 채워야 원할 때 원하는 속도로 빠르고 길게 갈 수 있다. 아무리 나에게 4시간이 더 있다고 해도, 연료를 충분히 채우지 못했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시간을 본다. 아니, 보게 됐다.
잠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 자연적으로 시간에 대한 관점이 바뀐다. 시 간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 하루의 성과 측정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신입사원 시절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믿기지 않겠지만 6시에 출 근했다. 정식 출근 시간이 10신데 말이다. 6시에 출근해서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2층에 있는 회사 휴게실 겸 도서실에서 아침 신문을 읽고, 책 을 읽었다. 또한 SERI(삼성경제연구소)에서 하는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그해 제일기획에서 강의 점수가 제일 높다고 닌텐도 위를 상품으로 받았다.
거의 한 달을 이렇게 살았다. 초반에는 어렵지만 그래도 한 달 정도면 이 패턴에 익숙해질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우선 9시 정도부 터 머리가 뿌옇게 연기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멍하고, 맑지 않았다. 의 지력의 문제라고 커피를 마시고 카페인을 힘을 빌렸지만 오래가지 못 했다. 점심에는 체력을 키운다고 근육운동을 했다. 오후에는 에너지가 땅을 치기 시작했다. 정신이 온전할 리 없었다. 그 상태에서 저녁에는 또 자진해서 야근했다. 항상 11층에 있는 회사 카페에 올라가서 이태원 의 야경을 내려다봤다. 뭔가 내가 큰 사람이 된 기분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물론 이런 루틴은 얼마 가지 못했다. 그래도 사내 강의를 듣고 뭔가 열심히 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돌아보면 이것 모두 착각의 늪에 빠진 것이다. 나는 하루의 성과를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로만 평가하고 있었다. 핵심 목표가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아니 잠과 시간에 대한 프레임을 바꾼 후 달라졌다.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24시간이 동일하지만 같지 않다. 그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래서 극단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20시간은 집중을 위한 4시간을 위해서 존재한 다. 이렇게 프레임을 바꾸면 하루의 성과를 바라보는 프레임도 바뀐다. 내 기준으로 보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에서 ‘얼마나 제대로 집중했 는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