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 플래너를 만들면서 고민한 부분 중 하나는 토, 일요일 페이지를 어떻게 할까? 였다. 보통 날짜가 미리 기재된 플래너를 보면 토, 일은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하지만 주말은 사용 빈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 플래너는 토, 일 모두 평일과 같이 구성했다. 이 부분 때문에 아까워하는 분들도 있다. 주말은 잘 안 쓰는데 왠지 페이지가 아깝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일요일도 주중과 같이 구성했을까? 블록 플래너는 기본적으로 시간을 관리한다는 접근이 아니라, 집중을 관리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뭔가 잠깐이라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 활용하는 목적이다.
물론 주말의 흐름을 정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열심히 쓰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런데 나는 사실 주말에는 잘 쓰지 않는다.
아래 나의 일요일 데일리 블록을 보자. 이날은 쉬는 날이다. 집중 블록 목표를 보면 OFF로 되어있다. 쉰다는 의미다. 이날은 아내와 멍멍이들과 차박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밤에 급하게 할 일이 생겼다. 어찌나 하기 싫은지. 일요일에 푹 쉬고 있는데 갑자기 일이 떨어지면 그럴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일단 블록을 펼친다. 뭔가 의무감이 생긴다. 그리고 형광펜으로 블로킹한다. 요즘에는 형광펜을 활용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프리 블로킹은 얇은 선으로 표시한다. 그리고 제대로 집중하면 굵은 선으로 바꾼다. 형광펜으로 집중 블로킹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다음 주 일요일은 다음과 같다. 간단하게 생각나는 것 끄적거린 정도다.
자, 그다음 주 일요일입니다. 텅텅...... 비었죠... 사실 저도 이런 날이 많습니다. 그냥 푹 쉬고 정리도 하기 싫은 날이 있죠. 이런 날도 꼭 블록을 쓰세요~ 라고 하지 않습니다. 쉴 때 쉬고 집중할 때 제대로 집중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블록 플래너를 쓰실 때 꽉꽉 채워서 한 블록이라도 남겨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블록 플래너의 가치가 아니거든요. 하루에 한 블록이라도 제대로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아, 당연히 세세하게 잘 쓰면 좋죠. 그런데 그게 작심삼일이 되지 않고, 꾸준하게 조금씩이라도 해나가게 하는게 블록 플래너의 존재 이유입니다. 제가 그렇게 하지 못해서 고민하다 만든 방법이거든요.
그러니까, 토요일, 일요일 블록을 너무 안 쓴 것 같아서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물론 쉬는 날도 간단하게 생각, 일기를 쓰거나, 전체 흐름을 정리해보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부담이 된다면 억지로 하진 않으셔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각에는 '이것 하나에' 집중하겠다고 의식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