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연애할 때 내게 붙여준 별명이 있다. ‘유치원생’. 나에게는 무조건 하루에 10분이라도 낮잠을 자는 버릇이 있다. 데이트할 때도 무조건 낮잠을 잔 후에 만나야 했다. 아니면 데이트 도중이라도 카페 등에서 10분 정도 낮잠을 자야 했다. 정말 귀찮은 남친이다. 그런데 결혼한 지금은 내 낮잠에 아내가 중독됐다. 항상 어디를 가든 낮잠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그만큼 나는 낮잠 신봉자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낮잠이 30분을 넘어서 말 그대로 '꿀잠'이 돼버리면 역효과가 크다. 최근에 이 문제로 하루를 망칠 뻔한 적이 너무 많다. 오늘도 그럴 것 같아서 정신 차리려고 카페로 왔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블록 플래너를 펼쳤다. 그런데도 무기력함이 계속 사로잡았다.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정리하니 이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뭐든지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패턴을 한번 정리했다. 말 그대로 '내 하루가 망하는 5가지 패턴'이다. 뻔할 수도 있지만 이 5가지를 안 하도록 하면 그날은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분들이 있다. 바로 아침 일찍 일어나는 분들이다. 요즘에는 이를 미라클 모닝 챌린지라고 해서 꾸준히 하는 분들이 많다. 나도 예전에 『아침형 인간』을 읽고, 『미라클 모닝』을 읽고, 5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자고 다짐하며 해봤다.
그런데 나에게는 도저히 맞지 않았다. 5시에 일어나려면 최소한 10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며칠을 시도했고, 어떻게든 일어나서 시작했지만, 9시쯤 되면 정신을 차릴 수 없고, 의지와 싸우는 형국이 됐다.
일주일 정도 하고 내 패턴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답은 뻔하다. 최소 7시간, 최대 8시간 잠을 푹 자고 남은 시간을 잘 쓰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할 때 나에게는 가장 만족스러운 하루가 펼쳐졌다.
반대로 9~10시간 자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대부분 무기력증에 빠진다. 일어나기가 싫어서 누워있는 것이다. 잠은 너무 적게 자도, 너무 많이 자도 좋지 않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 조절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자신만의 적당한 수면 시간을 찾는 게 중요하다. 에디슨은 4시간을 잤고, 아인슈타인은 10시간을 잤다고 한다. 나는 00~08시는 누워서 일어나는 시간으로 정했다. 최소한 자정에는 잠자리에 들어서 보통 30분 정도 내에 잠이 든다. 그리고 7:30~8:00 정도에 일어나는 패턴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낮잠의 효과는 누구나 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정말 낮잠 신봉자다. 점심 식사 후에 무조건 10~30분 낮잠을 자는 게 습관이 됐다.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습관이다. 물론 처음에는 굉장히 아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10분이라도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난 후 세수하면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다. 그 10분이 몇 시간의 가치를 준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낮잠이 너무 길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오늘이 그랬다. 특히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블록을 만들면서 점심까지는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낮잠 자고, 강아지 산책시키고 근처 카페로 가서 저녁까지 작업한다. 문제는 이때 낮잠을 집에서 잔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날은 침대에서 잘 때도 20분에 맞춘 알람이 울리면 잘 일어나서 정신을 맑게 하고 두 번째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은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자버렸다. 1세트(3블록=1시간 30분)를 날려버렸다. 더 힘든 건 간신히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집중하는 데 최소한 1세트는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단도 집중과 의지력을 유지하는 데 정말 중요하다. 무엇보다 제때 제대로 먹는 게 중요한데 가끔은 더 많이 잘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끼니를 거른다. 그럴 때는 무조건 후회한다.
나는 특히 제때 안 먹으면 장에 가스가 차는 경우가 많다. 이 고통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도저히 집중할 수 없다. 바른 자세로 있기도 어렵다.
중요한 건 밸런스라는 사실. 잊지 말자. 열정이 넘치는 건 좋지만 제때 먹는 걸 건너뛰면 안 된다. 오히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저녁 이후의 집중과 의지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이다. 나는 보통 저녁을 매우 가볍게 먹는다. 그런데 사람인지라 어떤 날은 푸짐하게 먹고 싶다. 맥주도 한잔하고 치킨도 먹는다. 그러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신기하게도 가볍게 먹은 날은 몸이 가벼워서 집중력을 유지하기 쉽다.
그래서 일주일에 2일 OFF DAY(집중 쉬는 날)에만 마음껏 먹으려고 한다. 물론 그 전에 할 일을 제대로 했을 때만이다. 그런데 솔직히 잘 안 된다. 그래도 경험을 통해 저녁을 가볍게 먹었을 때 잠도 더 잘 자고, 성과도 좋다는 걸 알기에 지키려고 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망치면 스스로를 과하게 탓하고 지난 시간을 아까워했다. 하지만 블록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우린 로봇이 아니다.
당연히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다. 이적의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지난 시간은 잊고 남은 시간에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의 전환도 BLOCK을 통해서 나누고 싶다.
시간 관리에 집착하면 버린 시간에 대해 아쉬움을 너무 크게 갖게 된다. 내가 그랬다. 그런데 집중에 집중하면 지금 내 앞에 남은 시간에 집중할 수 있다. 버린 시간은 버린 시간이고, 이제 남은 시간에 집중하면 된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이제 집에 가서 저녁을 가볍게 먹고 남은 시간에 집중하겠다.
여러분도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