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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군 Apr 23. 2020

01. 기다렸던 여행이 악몽으로.

인천발 동방항공 비행기. 오랜만의 여행이라 나도 아내도 신나있었다. 목적지는 아내가 그렇게 나와 가고 싶어하던 상해. 


사실  아내는 비행기를 무서워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이착륙과 난기류에서 흔들거릴때는 손을 잡고 있는 내손이 흥건해질정도로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서 해외여행의 준비물 1호는 항상 우황청심환이었다. 그래도 청심환을 먹고 나면 큰 문제는 없었다. 견딜만  했다. 작은비행기도 무서워해 약간 돈이 더 들어도 저가항공사는 피해서 예약을 했다. 큰비행기와 우황청심환 이 두개라면 큰 문제는  없었기에 이번에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기전에 우황청심환을 먹고, 자리에 앉아 심호흡을 하기 시작한 아내. 내가 할 수 있는건 손을 잡아주는것 밖에는 없었다. 다행히  별일없이 이륙을 했고, 상해로 비행을 시작했다. 베트남에 갈땐 작은 비행기로 4시간 30분도 비행했으니 상해까지 1시간  30분정도야. 아내도 별것 아니라고 스스로 되뇌였다.


그런데  이 짧은 비행에 난기류가 심했다. 약간 어린이용 롤러코스터타듯 오르락 내리락 하는게 3-40분정도 꾸준히 이어진것 같다.  그때마다 아내는 나에게 안겨서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손의 느낌이 달랐다. 식은땀이 나는것 뿐만이 아니라 손이  너무 차가웠다. 피가 다 빠져나간 듯한 그런 느낌 이랄까. 깜짝 놀라서 손을 계속 주물러줬다. 그렇게 난기류속 비행이 끝날때까지  괜찮아. 괜찮아.라고 이야기 하며 토닥거렸다.


식은땀을 많이 흘리긴 했지만, 난기류가 끝나자 손의 온도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표현은 안했지만 안심이 됐다. '아내에게 약간의 저혈압이 있어서 그런가' 생각했다. 난기류가 심한 비행이었지만, 비행기는 안전하게 푸동공항에 착륙했다.


그때부터는  아무 문제 없이 신나는 여행이었다. 나는 처음 오는 중국, 그리고 상해에서의 6일에 대한 즐거움으로 흥분돼있었다. 아내역시  마찬가지 이미 3-4번 정도 왔던 곳이지만, 나와는 처음이었다. 항상 '오빠랑 상해를 가봐야 한다, 상해를 가면 정말 중국을  무서움을 느낄 수 있다' 라고 말했고, 오랜만에 휴가를 그냥 바닷가 휴양지에서 쉬고 싶던 나는 아내의견을 따라 상해로 휴가지를  바꿨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가려고 했던 휴양지는 못해도 한국에서 4-5시간은 걸리는  곳이었으니.


첫  숙소를 찾아서 지하철을 탔다. 항상 느끼지만 아내와 나의 여행 스타일은 너무 다르다. 평소에는 큰 걱정이 없는 아내는 낯선  여행지에서는 매우 예민해진다. 지하철역 한두군데 지나칠수도 있고, 잘못탈수도 있는거 아닌가. 그것도 여행의 묘미아닌가. 라는  나와는 다르게 아내는 온몸의 피뢰침을 세우고 번개를 쫓는듯하다. 그런 아내의 성격을 알기에 일단 숙소까지의 길을 정확하게 난  머리에 그렸고, 분신과같은 노트에도 그렸다. 군대에서 독도법을 배우듯 상세하게 그렸고 잘 찾았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렇듯 나의  준비부족으로 USIM도 제때 구입하지 않고, 상하이 시내의 대리점에가서 중국말하나 못하지만 '워샹마이심카' 이말 한마디로 사고  말겠다는 내 이상한 의지 때문 이었다. 몰랐지만 아내는 계속 못 찾거나, 길을 잃거나, 또다른 문제가 생기거나, 그런데 게다가  폰도 제대로 못쓰는 상황이라 걱정이 계속 쌓이고 있었다.


여하튼  숙소는 한번에 잘 찾았다. 그런데 숙소의 겉 모습이 예상한것과 너무 달랐다. 낡아도 이렇게 낡은 아파트라니, 10년전 일본  여행때 - 방글라데시의 진드기가 나오던 침대에서도 잘 자던 내가 유일하게 새벽에 뛰쳐나왔 - 오사카 동물원역 근처에 있던  노숙자들이 많이 지낸다는 일박에 천엔짜리 호텔 - 그게 호텔이면 여인숙은 5성급이다 - 의 외관과 너무 비슷했다. 물론 이  아파트도 상해에서 비싼 곳인것 같았다. 털털거리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10층에 올랐다. 복도에는 불이 하나도 켜져있지 않아,  오후5시 정도임에도 복도 끝의 우리 숙소는 보이지도 않았다. 아이폰의 플래시를 켜서 방을 찾고, 들어갔다. 안은 사이트에 올라온  모습과 비슷했지만, 외관과 이곳까지 올라오는 경험은 이미 많은 것을 앗아갔다. 그래도 아내가 열심히 찾은곳이라 '와~ 좋은데~'  라며 아내를 토닥였다.


짐을  풀고, 약간 휴식을 취하고, 아내가 짜놓은 코스로 여행을 시작했다. 아내의 계획은 중산공원 근처에 가서 저녁을 먹고, 카르푸에서  장을 봐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중산공원 근처에 생각해뒀던 레스토랑이 없어졌다. 그때문에 우린 1-2시간정도의 시간을 버린 아내는  너무 미안해했다. 난 그런게 여행이라고 생각했고, 길거리에서 사먹었던 부침개, 호떡같은것들도 너무 맛있어서 괜찮다고 이야기해도  아내는 너무 미안해했다. 확실히 아내와 난 여행 스타일이 다르다. 자신이 짠 계획이 첫날부터 어긋나서 그런지 아내의 기운이  없어진것 같아, 난 계속 괜찮아, 괜찮아, 난 이런게 여행이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괜찮아,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라고 이야기를  했고, 카르푸에서 함께 장을 보며 아내도 기운을 되찾았다.


숙소에  도착해 한가득 들고온 장을 풀고, 함께 과일등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난 가볍게 운동을 하고 샤워를 했다. 피곤함이 싹  가시는것 같았다. 그런데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뛰어가보니, 아내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르켰다. 에어컨 배관인지 뭔지 모를것이 연결된 통로였는데, 배관위에 검지 손가락을 넘을만한 크기의 바퀴벌레가 앉아있었다. 처음엔  살찐 메뚜기인가? 라고 착각할 정도로그동안 내가 봤던 바퀴벌레를 넘어섰다. 크기마저 역시 대륙 다웠다. 얼른 휴지를 챙겨와  잡았다. 죽여서 보니 정말 크기가 왼만한 한국에서 본 바퀴벌레의 2-3배였다. 변기에 넣고 내린후, 휴지를 챙겨와 배관에 뚫린  곳을 틀어막았다. 아내 얼굴은 사색빛이다. 아내는 바퀴벌레를 극도로 싫어한다. 아니 무서워한다.


아내는  불 하나는 켜고 자고 싶어했다. 잠잘땐 작은 불하나도 켜있는걸 싫어하는 나였지만 일단 아내를 진정시키는게 먼저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다. 물론 나는 아직 잘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내 스타일상 도착하면 그때부터 여행 공부를 하기때문에, 여행  정리도 할겸 아내를 달랜후에 거실로 나왔다. 아내는 계속 뒤척였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런데 이미 3일을 예약했기에  옮기는것도 어려웠다. 고민고민하다 오랜만의 여행인데 마음이라도 편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호텔을 찾아봤다. 운좋게 5성급 호텔이  10만원의 가격으로 나왔고 돈이 아깝긴 했지만 바로 예약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에게 이야기 했다. 아내는 '아냐 오빠 나 괜찮아, 여기도 괜찮고, 어제는 바퀴벌레 때문에 좀 그랬는데, 그 구멍도  막았으니 이젠 괜찮아, 돈도 아까우니까, 그냥 있어도 돼' 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예약한 호텔사진을 보여주자 바로 마음이  바꼈다. 당연히 아내도 이곳을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단지 나한테 미안해서 이야기를 못한것이었다.


아침을  준비하고 11시가 되어 짐을 들고 나갔다. 상해운동장역 근처의 상가에서 초밥과 만두를 맛있게 먹고, 밀크티를 한잔 마시고, 상해  수영장역으로 이동했다. 지하철로 4정거장만 가면 호텔이 있다. 지하철을 타는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다음역으로 이동하는  도중, 아내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오빠 나 몸이 이상해"


아내  손을 잡으니 비행기안의 상태와 같았다. 손은 땀으로 흥건했고, 온도는 마치 얼음장 같았다. 너무 놀라 일단  다음역에서 내렸다.  한국에서도 사람이 많은 지하철안에서 가끔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럴때는 내려서 조금 쉬다가 사람이 별로 없는  지하철을 타고 가곤했다. 여기서도 그러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3정거장만 이동하면 되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상태가 예전과는  다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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