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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군 Apr 23. 2020

02. 이때까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때까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이런적이 종종 있었고, 조금 쉬다 한적한 지하철을 타고가면 문제가 없었다. 이번에도 같다고 생각했다.  


플랫폼의  의자에 앉았다. 캐리어의 무게가 더 깊게 느껴졌다. 잠시후 다음 지하철이 플랫폼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마치 동체시력을  키우기위한 연습을 하듯, 아직은 명확히 초점이 잡히지 않는 객실안에 집중했다. 우리가 타고온 것보다는 한산해보였다. 나도 모르게  휴.. 하는 안도의 숨이 내쉬었다.  


“어때 탈 수 있지?” 당연히 “응.” 이란 답을 정해놓고 물었다. 그런데 아내의 안색이 예사롭지 않다. 눈동자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오빠, 나 안될것 같아. 우리 밖으로 나가면 안될까?”  


솔직한  마음은, 조금만 참고 타면 될것 같은데, 어차피 3정거장인데, 그냥 타자. 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하지만 아내의 표정은 정말  뭔가 심각했다. 내 심장도 그 기분을 알지는 못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 한국에서의 상황과는 다르다. 라는 신호를 보내는것  같다.  


“아  정말? 그럼 당연하지. 우리 나가자.”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아내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아직은 어색한 상해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갔다. 아내는 나보다 먼저 밖으로 나갔다. 밖이 서서히 보이는 아래의 계단까지 햇살이 내려왔다. 캐리어를  들고 늦게 나가니 아내는 우두커니 서있었다. 아내의 얼굴은 이제 분홍빛을 띄고 있었다. 마음이 놓였다.  


“어때?  괜찮아?” “휴.. 정말 죽는줄 알았어, 심장이 터질듯이 뛰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 그래도 나와서 햇살을 보니까 좀 살것  같아”  바이두 지도를 켜고 우리 위치와 호텔의 위치를 확인했다. 지하철 세정거장의 거리. 택시를 타면 15분정도면 갈 수  있었다. 방향을 잡고 이동했다.  


“맞다.  꼭 OO색 택시를 잡아야돼” 그 상황에서도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아내였다. 무슨색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하튼 그  색의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창밖으로 내리는 햇살은 이보다 더 밝을 수 없었다. 다행히 아내도 안정을 찾았다. 택시는 뭔가  고풍진 느낌의 골목을 달렸다.  


아내도  평소 상태로 다시 돌아왔고, 호텔도 정말 만족스러웠다. 모든게 다시 제대로 자리를 잡은 기분이었다. 그제야 뭔가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을 풀고 조금 쉬다 제대로 여행을 할 생각으로 호텔을 나섰다.   호텔을 나서 주변을 탐험하는  기분으로 걸었다. 가끔 아내의 안색이 안 좋아지긴 했지만 심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저녁에 호텔로 다시 돌아와 수영장에가서 함께 수영을 했다. 따뜻한 물속에서 수영을 하다보니 놀랐던 기억이 사라졌다. 아내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정말 신나게 물장구를 쳤다. 한국처럼 잠깐의 이상이었구나. 확신할 수 있었다.  


아내는  밤 11시쯤에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현장에 도착해서부터 제대로 여행이 시작되는 나다. 중국어 책과 상해 여행책 그리고 공항에서  챙겨온 지도를 펼쳤다. 창밖으론 상해 야경이 별자리처럼 펼쳐져 있었다. 저 빛을 그대로 하늘로 올리면 상해자리라는 별자리가 생길듯  했다. 야경을 보며 상해에 푹 빠졌다. 그리고 잠에 빠졌다.   


얼마쯤 잤을까, 잠이 옅어졌다. “오빠, 오빠,... 일어나봐..” 아내가 내 몸을 살짝살짝 흔들고 있었다.  창밖엔 잠자기 전에 봤던 불빛도 대부분 사라져있었다.  


“오빠,  오빠, 미안한데 일어나면 안돼? .. 나 몸이 이상해..” 이 한마디에 정신이 확 들었다. “어! 왜.. 또 몸이 이상해?”  일단 일어나서 불을 켰다.아내 안색이 지하철 안에서와 같았다. 아니 이미 얼굴은 눈물 범벅이었다. 아내 손을 잡았다. 얼음같았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오빠, 일단 1층으로 내려가면 안돼?’ “응.. 그래그래” 1층으로 내려갔다. 로비에는 데스크 직원들과 몇몇의 손님들만 있었다. 소파에 일단 앉았다.  


“안될것  같아, 밖으로 나가자.”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문앞 계단에 앉았다. 새벽의 정적을 깨고 가끔 택시 만이 앞을  지나갔다. 가만히 있으니 추울정도의 바람이 불었다. 아내 손을 다시 잡았다. 손의 온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휴,  이제 살것 같다.. 나 새벽부터 갑자기 지하철 증상이 오더라구, 참아보려고 했는데 심장이 터질것 같이 뛰는데.. 너무  무서웠어.. 바람을 쐐니까 이제 괜찮아졌어..”우리 둘다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조금 더 있으니 더 추워졌다.일단 로비에 있는  소파에 앉기로 했다.  


로비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아직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때문에 나도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때  남자둘이 호텔 로비로 들어왔다. 한명은 이미 인사불성상태로 보였다.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정신이 그나마 멀쩡한 한 남자가 안내  데스크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다. 평소같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상황인데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 남자가  우리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결국 내 앞에 왔다. 


그  상황에 아내의 신경이 더 예민해지는게 느껴졌다. 뭐라고 하는데 듣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난 중국어도 모르니, 데스크가서  해결하라고 말했다. 평소같으면 어떻게라도 소통을 해보려고 노력하겠지만, 지금은 이 사람이 빨리 좀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미안한데 지금 내 아내가 몸이 안좋으니 데스크가서 이야기 하라고 계속 이야기 했다.  


“오빠..  무서워.. 우리 다른데로 가자..” 아내의 손이 더 차가워졌다. “응응. 그래”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동하니 따라온다. 정말  순간 너무 화가 났다. 나도 모르게 한국말로 “이 새끼가!” 라고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제서야 따라오던 걸음을 멈췄다. 


아내를  데리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아내가 말했다. “오빠.. 안될것 같아. 우리 한국으로 돌아가면 안될까?” …. 순간 말을 할수  없었다.  “응! 그럼 당연하지! 돌아가자” 라고 해야하는데, 그말이 나오질 않았다. 잠시 아쉬움의 틈을 메꾸고야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럼! 그럼! 돌아가자!!"


“오빠..  미안해..” 아내는 울기 시작했다. “아냐아냐.. 괜찮아, 괜찮아.. 왜 울어.. 담에 다시 오면 돼지! 괜찮아..” 그제서야  일단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리고 일단 처가에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서울은 새벽 4시 30분 이었다.  “주무시나봐.. 여기서 일단 조금 안정을 취하자.. 괜찮지?”  


5분쯤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장인어른이었다. 잠결에 꺼버렸다가 다시 확인해보니 우리전화인걸 알고 깜짝놀라 전화를 한것이다. 아내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중국어를 잘 하시는 장모님께서 카톡으로 약국에 가서 보여줄 내용을 적어서 보내주셨다.  평소라면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내가 약사한테 중국어로 말해봐야지 신났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 할 여유도 기력도 없었다.  


통화를  하면서 아내도 안정을 다시 찾았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 잘 아시는 두분이었기 때문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듯 했다. 내 자신이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었다. 일단 다시 올라가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상황을 다시 보기로 했다.아내는  오랜만의 여행을, 그리고 나에게는 첫번째 중국, 상해 여행을 이렇게 끝내는게 미안했던 것이다. 더욱이 나는 별로 관심도 없는데를  자신이 우겨서 왔다는 자책이 더 강했다. 나도 말은 제대로 못했지만 사실 그대로 돌아가는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먼저 그냥 돌아가자고 했다. 여행이야 언제든 다시오면 되니까.  그러다 다시 자고 아침 상태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서 어떻게 잤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어느순간 난 잠에 빠졌다. 그리고 어느순간 햇살이 느껴졌다. 눈을  떴다. 아내는 이미 일어나있었다. 아니 밤새 제대로 잠을 못 잔듯 했다.  “오빠 나 진짜 이제 괜찮다.” 일단 손을 잡아봤다.  손은 따뜻하다. 바로 몇시간전의 일인데 꿈 같았다.  


“아냐,  아직 모르니까 일단 나가보자. 이상한것 같으면 내 생각하지말고 바로 이야기 해야돼.”로비로 내려갔다. 로비는 이미 사람들로  만원이다.  밖으로 나갔다. 새벽의 차가운 바람은 사라지고 따뜻한 햇살이 가득하다. 그 햇살을 받으니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내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오빠 나 진짜 이제 완전 괜찮아. 나도 이렇게 여행을 끝내긴 싫다. 그리고 엄마가 카톡 보내줬으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약국가서 약 사면 충분할것 같아” 아내가 말했다. 밝은 표정이다. 


이 아침이 이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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