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스피커를 찢을 듯한 사이렌 소리가 훈련생들을 깨웠다.
"기상! 기상! 30분 내로 세면과 식사를 마칩니다. 늦는 자는 아침이 없습니다."
군대보다 더한 강압적인 통제였다. A부터 G까지, 7명의 훈련생은 팅팅 부은 눈을 비비며 허겁지겁 움직였다. 식판에 담긴 밥은 차가웠고 국은 짰지만, 불평할 시간조차 없었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검은 제복의 조교들이 그들을 '오전 교육장'으로 몰아넣었다.
철커덕. 육중한 철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 하나 없는 밀실. 그곳에는 7개의 발판과, 천장에서 내려온 7개의 밧줄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오늘의 교육은 '정신 교육'입니다."
스피커 속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육 목표는 '자기 객관화'입니다. 여러분은 사회에서 쓸모가 없어진 존재입니다. 그것을 뼈저리게 인정해야만 새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목소리는 건조하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발판 위에 올라가 밧줄에 목을 거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무가치함을 반성하십시오."
사람들은 귀를 의심했다. 자살을 종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명령이었다.
"이... 이게 무슨 개소리야!"
G(호준)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우린 취업하려고 온 거야! 죽으러 온 게 아니라고!"
"맞아요! 이건 교육이 아니라 고문이에요! 당장 문 열어!"
E(패션 디자이너)도 G의 옆에 서서 악을 썼다. 하지만 목소리는 차분했다.
"거부하는 겁니까? 좋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따르지 않으면, 연대 책임을 묻겠습니다."
치이이익―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닥의 배수구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교육장이 뿌옇게 흐려졌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순간, 지옥이 시작되었다.
"콜록! 켁! 이... 이게 뭐야!"
화생방 훈련용 CS탄이었다. 눈알이 빠질 듯 따갑고, 폐가 타들어 가는 고통에 사람들은 바닥을 뒹굴었다.
"살... 살려주세요! 컥!"
가장 연약한 F(20대 여성)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중년인 A와 D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숨을 쉬지 못했다.
"밧줄에 목을 걸면 가스를 멈추겠습니다."
목소리가 악마처럼 속삭였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A가 먼저 비틀거리며 발판 위로 기어 올라갔다.
"끄으... 할게... 한다고!"
A가 밧줄에 목을 걸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살기 위해 제 발로 교수대에 올랐다. 결국 끝까지 버티던 G와 E마저 동료들의 비명 소리에 무릎을 꿇었다.
"젠장... 알았어! 한다고! 멈춰!"
7명이 모두 밧줄에 목을 걸자, 거짓말처럼 가스가 멈췄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들. 공포와 굴욕감이 그들을 짓눌렀다. 하지만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따라 하십시오. '나는 쓰레기다.'"
침묵이 흘렀다. 인간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안 합니까? 조교."
철컥. 조교가 레버를 당기자 발판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으억!"
목이 졸리는 고통에 훈련생들이 발버둥 쳤다.
"나는... 컥... 쓰레기다!"
"나는 쓰레기다! 제발 살려줘!"
비명 섞인 복창이 터져 나왔다. G도, E도, 점잖았던 D 교수도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자신을 비하해야 했다. 인간의 존엄성이 완전히 말살되는 순간이었다.
"오늘 교육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 숙소로 복귀합니다."
너덜너덜해진 훈련생들이 비틀거리며 나갈 때, 목소리가 덧붙였다.
"D 훈련생은 잠시 남습니다."
모두가 나가고 텅 빈 교육장. D는 공포에 질려 덜덜 떨고 있었다. 그때, 비밀 문이 열리며 말끔한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이 훈련원을 지배하는 원장이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교수님."
원장은 깍듯하게 존댓말을 썼다. 방금 전까지 사람 취급도 안 하던 태도와는 정반대였다. D는 그 이중적인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다... 당신이 그 목소리..."
"네. 본론만 말하죠. 당신 같은 지식인이 이런 곳에서 썩는 건 국가적 낭비입니다."
원장이 D에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특별 관리 대상자'로 지정해 드리겠습니다. 남들보다 편한 잠자리, 맛있는 식사, 그리고 무엇보다...“
원장이 눈을 빛내며 속삭였다.
"가장 빠른 '조기 퇴소'와 '대기업 취업'을 보장합니다."
"......!"
D의 동공이 흔들렸다. 지옥 같은 이곳을 나갈 수 있다니. 그것도 취업까지 보장받고.
"대가가... 뭡니까?"
"간단합니다. 우리의 '눈'이 되어주십시오."
원장이 CCTV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 속에는 숙소에 모여 울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들 중에 불온한 생각을 품은 자가 분명 있습니다. 탈출을 모의하거나, 선동하는 자. 그게 누군지 알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특히 저 반항적인 'G' 같은 놈들 말이죠."
동료를 팔아넘기라는 제안. D는 입술을 깨물었다. 양심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방금 겪은 가스실의 공포와, 눈앞에 놓인 달콤한 탈출의 기회 사이에서 저울추는 이미 기울고 있었다.
"생각할 시간을 드리죠.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겠습니다."
숙소로 돌아온 D를 맞이한 건 따뜻한 걱정이었다.
"아줌마! 괜찮으세요? 별일 없었어요?"
가장 어린 F가 달려와 D의 손을 잡았다. F의 손은 아직도 공포로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D를 걱정하는 눈빛만은 진심이었다.
"어... 응. 그냥 주의만 좀 받았어."
D는 F의 눈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그때 구석에서 G와 E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요. 여기서 시키는 대로 하다간 정말 개죽음당하거나, 미쳐버릴 겁니다."
G의 눈빛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훈련원의 구조를 파악하려는 듯 창문 틈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해요. 나가는 방법."
그 말을 듣는 순간, D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탈출 모의'. 원장이 원하던 바로 그 정보였다.
D는 침을 꿀꺽 삼켰다. F가 잡아준 손의 온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원장이 내밀었던 '조기 퇴소'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미안해... 하지만 나도 살아야지. 여긴 지옥이잖아.'
D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G를 바라보며, 주머니 속의 손을 꽉 쥐었다. 배신의 씨앗은 이미 싹을 틔우고 있었다.
[다음 화 예고] 본격적인 훈련원 생활이 시작된다. G는 건물의 허점을 발견하고 탈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한편, D는 원장에게 첫 번째 보고를 하기 위해 밀실로 향하는데...
작가 후기
오늘도 무사히 한편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