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인내심보다 효과적인 초미니 일탈들
육신은 늙는데 정신은 늙지 않는 것이 인간의 고통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은 여전히 열정과 도전 의식이 넘치지만 몸은 멀리 뛰고 강하게 부딪히기 힘들어지는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도 그렇다. 예를 들면 속상함. 일이 잘 안 풀리고, 애썼는데도 운이 따라주지 않고, 기여하고 양보했는데 알아주지 않으면 속이 상한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같은 일을 이어가기 위해서 마음을 더 단단히 먹든, 아예 마음을 비우든 해야 하는데 쉽게 되지 않는다. 온갖 일을 능숙하게 해내면서도 제 마음은 능숙하게 다루기 힘들다.
차라리 더 몰두하고 더 바쁘게 일하면 누그러질 때도 있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그러다가 상황이 더 나빠져서, 사고가 실패가 되고 갈등이 분열이 되면 나잇값으로 붙들고 있던 마음이 휘청이기 시작한다. 마치 제멋대로 폭발하고 부서지던 십 대 시절 마음처럼.
굳어지지 않은 마음이라 고통스럽지만, 굳혀버리면 기쁨에도 무덤덤해진다. 선별적으로 불행해만 무뎌지면 좋겠지만, 무뎌진 칼은 사과에도 안 들고 생선에도 안 든다. 업무와 협업에서 상시로 감성과 공감을 발휘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경력이 늘어갈수록 기계처럼 되어야 한다면 그 또한 다른 차원으로 속상할 일이다.
그럼 이 열여섯의 마음을 어찌해야 하나. 나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 안에 남은 어리고 젊은 마음들을 어리고 젊게 대해주기로. 예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듣고 잠깐 건강 걱정을 내려둔 채 어릴 때 먹었던 달달한 얼음 음료를 들이켠다. 몇 번을 다시 봐도 깔깔 웃을 시트콤을 보고 동기부여 명언이나 시구 같은 것을 검색한다. 잠을 설치고 게임에 빠져본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가 밤에 괜히 감상에 빠져 울어본다. 그러면 일터로 돌아와 여전히 난감한 일들을 겪어도 하루쯤 괜찮아져서 잘 해낼 수 있다.
감정은 여전히 거기 있으니 감수성은 충만하다. 다만 일도 사람도 미워하지 않는다. 가끔 스스로를 어린 친구처럼 달래줄 수 있다면. 생각만큼 쉽지 않지만 생각보다 쓸모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