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자리 잡는 일의 어려움에 대하여
롯데시네마(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의 합병 준비 기사를 읽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극장 매출은 팬데믹 이전 평균의 65.3%" 수준이다. 물론 관객 수도 줄었단다. 그간 다양한 변화로 살길을 모색해 온 극장 업계의 살아남기가 녹록지 않은 모양이다.
사람을 내보내고 시스템을 바꾸고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해도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가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안고 가야 하는 업계는 더 그럴 것이다. 작은 가게도 매장을 지키기 어려워 거리에서도 '임대' 표시를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언젠가 아날로그가 중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아날로그 공간이란 리스크를 감당할만한 타고난 체격이 있어야만 할 있는 영역이 되어가는 듯하다. 그 체격이란 역시 자본이다. 땅이든 돈이든 버텨낼 힘이 있어야 땅에 발 딛고 사업할 수 있다. 온라인은 기회의 땅이기도 하지만 결국 땅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모여들 유배지이기도 하다. 그나마 물리적 좌표값이라도 가지고 있던 상태에서 언제든 실종될 수 있는 상태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 몇 년간 팝업스토어의 흥행에서 오프라인의 가능성을 보는 의견도 있지만 팝업이란 상설매장이 밀려난 자리를 차지한 채널이다. 게다가 #팝업(Pop-up)은 단기간에 #드롭다운(Drop-down)될 운명이다. 원래 오프라인 정착의 부담을 덜기 위한 대안으로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팝업의 시대'는 곧 '오프라인 시대'를 표상한다기보다, 오히려 대다수 사업이 오프라인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방증한다.
차로 을지로를 지나며 이런 글을 적으니 자본에 바뀌어가는 오프라인과 힘겹게 땅을 딛고 있는 크고 작은 사업들을 어쩐지 더 감상적으로 보게 되는 아침이다.
2025.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