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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Jun 21. 2019

역마살 모녀의 북해도 여행기 1

노루야. 썩! 물러나거라

2017년 8월 8일 수요일


엄마랑 나랑은 다들 역마살이 꼈다고 할 정도로 나다니는걸 엄청 좋아한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돌아다녔어도 엄마와 해외여행은 처음이다. 집에 끼니를 챙겨줘야 하는 식구들도 있고 엄마 무릎관절도 썩 좋지 않아서 큰 기대를 안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쓰윽~ 운을 뗐는데 생각보다 빨리 yes!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말로는 해외 안 나가도 좋은 데가 많다며 다리 아파서 가자고 해도 멀리는 못 간다 하시더니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엄마 친구분들이 해외여행 나갔다 온 얘기를 들으면 걱정은 돼도 가보고 싶으셨을 것 같다.

이번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 제약이 많아서 결정하는데 있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1. 비행시간이 너무 길지 않을 것
2. 새벽 출발 비행기, 밤늦게 도착하는 비행기는 안 됨
3. 여행기간은 최대 5일을 넘지 않을 것
4. 걷는 코스가 너무 많지 않을 것
5.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을 것
6. 향신료가 강한 음식은 안 됨
7. 렌트가 안 된다면 차라리 패키지로

이 조건대로라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비행시간 3시간 이내, 덥지 않고, 오래 걷지 않아도 되는 곳. 일본 북해도다! 북해도 면적이 우리나라의 80퍼센트라니 생각보다 커서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아 렌트할 용기는 없으니 이번 여행은 "뭉쳐야 뜬다" 콘셉트로 패키지로 정했다.

나야 내 몸만 딱 떠나면 되지만 가정주부인 엄마는 가기 전부터 준비할 게 많다. 아빠가 좋아하는 육개장이랑 밑반찬 거리를 준비해 놓고 과일도 미리 사다놔야 하고, 집안 정리도 해놔야 하고... 시집간 동생들한테 하루씩 집을 들여다보고 가라는 당부도 있지 않았다.

암튼 그렇게 긴 준비 끝에 드디어 출발하는 날!
근데 태풍 노루가 걱정이다.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일본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며 삿포로 날씨와 노루의 경로를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흐리고 강수확률도 40~50%...ㅠㅠ 이게 진정 최선인거니?  나야  해외여행을 많이 해봤으니 괜찮은데 엄마의 첫 해외여행을 태풍 때문에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일본기상청을 이렇게 많이 들어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걱정과 불안 속에 잠을 설치고 ktx를 타고 정확히 2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생각만큼 어마어마하게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적지 않았다. 티켓팅을 하려고 보니 1시간 지연... 역시... 노루 때문인 건가~ 어제는 일본행 비행기가 대부분 결항이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암튼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들을 견뎌내고 겨우겨우 비행기에 올랐고 또 2시간 20분의 지루한 시간을 견뎌 삿포로에 도착했다. 창밖을 보니 온통 초록초록하다. 공항 셔틀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가는 길에도 이름 모를 들꽃들이 무더기로 피어있다. 오~  북해도 완전 내 스타일인데!  태풍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선선하고 생각보다 날씨가 좋았다 . 비행기 연착으로 일정은 빠듯했지만 패키지의 묘미가 무엇이던가~ "일정에 있다면 어떻게든 간다!" 아니겠는가? 의욕적인 가이드님 덕분에 우린 일정표에 나와있는 모든 오늘의 일정을 클리어했다. 내일은 후라노까지 이동해야 해서 아침 7시 10분 집합이란다. 내일도 파이팅! 제발 비만 안 오면 좋겠다.

<오늘의 일정>
1) 오타루 기타이이치 가라스무라, 오르골당
2) 오타루 운하 관광 및 저녁식사
3) 홋카이도 3대 야경 중 하나인 텐구야마 케이블카 탑승 및 야경 감상
4) 오타루 아사리 클라쎄 호텔 투숙 및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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