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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Jul 27. 2020

포르투갈의 브레이크 타임

episode - 2020.1.17. 포르투갈 아베이루 & 코스타 노바

이 여행기는 코로나 19가 확산되기 전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였는지 생각보단 바로 잠이 들었다. 아니, 잠이 들었다는 표현보다는 쓰러졌다는 표현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몸이 침대 속으로 ~욱 꺼지는 느낌이었다.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아무튼 어젠  지금 생각해도 정말 끔찍하리만큼 힘든 여정이었다.


그래도 잠을 좀 자서 그런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찍 일어났다. 언제나처럼 배부르게 아침을 먹고 아름다운 벤투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아베이루로 향했다. 여행책자에 보니 아베이루를 '포르투갈의 베니스'라고 소개해 놓았고 곤돌사진도 그럴듯해 보였지만 사실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이국의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다 50여분 정도 걸려서 아베이루에 도착했다. 날씨도 화창하고 아침이라 사람이 없어 한적하니 좋았다. 그러나 이미 베네치아와 알록달록 예쁜 부라노섬에 가본 나로선 아베이루는 그냥 작은 수로에 불과했다. 별 감흥 없이 아베이루 운하를 돌아보고 아베이루 대성당에 들렀다가 기차역 근처에서 아베이루의 특산품이라는 오부스 몰레스(달걀 노른자와 설탕을 듬뿍 넣어 만든 조개 모양의 디저트)를 먹으며 당 충전을 했다. 설탕 듬뿍이라는 설명대로 엄청 달다. 당 충전을 하고도 남을 만큼.

아베이루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쯤 걸려 우리의 두 번째 목적지인 코스타 노바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부터 스트라이프 무늬의 알록달록한 목조주택들이 보이는데, 이곳이 안개가 워낙 많이 끼는 지역이라 자신의 집을 잘 알아보게 하기 위해 원색으로 페인트칠을 하게 됐다고 한다. 알록달록한 집들 때문에 인스타 핫플이라고들 하지만 역시  나한텐 큰 의미가 없었다. 그래도 사진은 열심히 찍었다. 마을을 돌아보다가 작은 기념품 가게에 들어갔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계셨다. 물어보니 가게 안의 모든 물건은 다 본인이 만드셨단다.  포르투갈의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어 놓으셨다. 진정한 핸드 메이드란 이런 것.

우린 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버스와 기차를 타고 포르투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급격히 텐션이 떨어져서 시간을 보니 한국시간으로 밤 12시. 아직 내 몸은 한국의 시간대로 움직인다. 귀신같이 잘 시간이라고 몸이 신호를 보낸다. 일단 호텔에 가서 잠깐 침대에 누워있다가 해물요리가 맛있다는 식당을 검색하고 찾아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문이 닫혀있다. 지금 시간은 저녁 6시. 처음 구글에 식당을  검색했을 때 영업 종료라고 쓰여있긴 했지만 설마 잘못 나온 거겠지 하면서 꾸역꾸역 찾아갔더니 진짜 말도 안 되게 7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란다. 뭔 저녁을 이리도 늦게 먹는 건지... 몇 군데 식당을 더 찾아봤으나 대부분 7시 30분까지 브레이크 타임. 포르투갈도 스페인처럼 저녁을 늦게 먹는 문화인가 보다.

시간이 참 애매하다... 호텔에 갔다가 다시 나와야 할지 맥도날드라도 가서 먹어야할지 고민하다가 일단 맥도날드 쪽으로 걸어갔다. 무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맥도날드. 근데 대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는 누구 맘대로 붙이는 것인가. 암튼  포르투에는 여기 말고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데가 몇 군데 더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렐루 서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 마제스틱 등등.


다행히 맥도날드로 가는 길에 문 연 식당을 몇 군데 발견했다. 여긴 관광객들이 많은 구역이라 일찍 문을 열었나 보다. 들어가 보니 우리처럼 방황하다 들어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일단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는데 사진이 없으니 봐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다행히 작은 글씨로 써 있는 영어 설명을 보고 메뉴를 주문했다. 포르투갈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대구요리랑 그나마 쌀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선택한 문어 리조또, 그리고 그리웠던 샹그리아. 문어 리조또는 고소하고 맛있었으나 대구 요리는 너무 짰다. 게다가 영어 설명을 보고 상상한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비주얼이 나와서 서빙하는 언니한테 우리가 주문한 게 맞는지 확인까지 했다. 맛도 비주얼도 우리 기대와는 달라서 많이 남겼더니 서빙 언니가 맛이 없냐고 묻는다. 맛은 있는데 좀 짜서 그렇다 했더니 생선이라 어쩔 수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럼 이 대구는 염장을 한 것인가? 암튼 샹그리아만 열심히 마시고 나왔다. 샹그리아  덕분에 알딸딸하니 기분도 좋고, 포르투의 밤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서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다소 투머치한(쓸모는 전혀 없어 보이는) 기념품들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화사해 보이라고 보라색 뽀글이를 하나 샀는데, 캐리어에 공간을 엄청 차지해서 짐을 싸면서도 엄청 애물단지였다. 다른 옷들을 포기하고 어렵게 데려온 아인데, 보라색 뽀글이는 완전 판단 미스! 포르투 날씨가 생각보다 따뜻해서 뽀글이는 너무 더워 보였고, 아주 쪼끔은 귀여울 거라 예상했으나 현실은 그냥 보라색 덩치 큰 곰돌이였다...  슬프다... 그냥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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