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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Aug 05. 2020

사람들이 포르투~ 포르투~ 하는 이유

episode-2020. 1. 19.  포르투갈 포르투

이 여행기는 코로나 19가 확산되기 전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포르투에 온 지 4일째. 여전히 시차 적응은 실패다. 시차에 적응이 될 쯤이면 아마도 한국에 가 있을 거다. 마의 새벽 3시. 항상 새벽 3시쯤 눈이 떠진다. 누워서 계속 말똥말똥~ 덕분에 한국 소식은 인터넷 기사많이도 읽었다.


오늘은 급할 게 없으니 아침을 먹고 와서 좀 더 뒹굴거리다 10시가 다 돼서 나갔다. 일단 어제 너무 예뻤던 포르투 대성당부터 갔다. 아침에 다시 보니 또 느낌이 다르다. 기마저 상쾌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걸어서 동 루이스 1세 다리에 가서 포르투 전경을 보며 다시 감탄하고,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크리스탈 궁전으로 갔다. 이름은 분명 궁전인데, 궁전은 보이지 않았고,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공원 같았다. 몰랐는데 가보니 'PORTO'라는 글씨가 있어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겨울이라 조금 아쉬웠지만, 초록 초록한 나무도 많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동백꽃이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그리고 이 곳이 포르투 야경 맛집 이랬는데 와보니 과연 그럴만했다. 도우루 강을 따라 포르투 전경이 다 보였다. 해 질 녘에 오면 더 예쁠 것 같다. 참! 이곳은 특이하게 조류가 많다. 여러 종류의 닭, 비둘기, 갈매기, 공작까지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닌다.

슬슬 산책만 했을 뿐인데도, 기운이 떨어진다. 당 충전을 위해 구글에서 무조건 가장 가까운 카페를 찾아갔다. 구글이 자꾸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주택가 골목으로만 안내해서 이상하다 했더니 가보니 현지인들만 가득한 동네 다방 같은 곳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고 계셨는데, 가격이 엄청 싸서 아메리카노와 핫초코가 2유로 조금 넘었다. 할아버지는 친절하게 기대하지도 않은 와이파이 비번도 알려주셨다. 게다가 우린 화장실도 다녀왔으니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

당 충전을 하며 잠시 쉬었다가 시티투어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번에도 또 안 온다. 대체 언제 오는 건지... 지겹도록 사람 구경을 하며 30분 넘게 기다려 시티투어 버스 탔다. 원래는 상 프란시스쿠 성당을 가려했으나 이상하게 버스가 자꾸 외곽으로 멀어진다. 시티투어 버스 노선이 이건 다른 건가 보다. 버스에는 아무 표시도 없었는데 대체 어찌 구별을 하는 건지... 그동안은 포르투 구시가지만 돌아다녔는데, 의도치 않게 포르투 신시가지와 외곽 해안가 드라이브를 하게 됐다. 눈이 부시긴 했지만 2층 버스를 타고 햇살 가득한 바람을 가르며 해안가 드라이브를 하니 기분이 좋았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까지 모든 게 완벽한 드라이브였다.

1시간 넘게 드라이브를 했더니 그것도 힘이 들었나 보다. 상 프란시스쿠 성당은 못 가겠어서 포기하고, 유명한 히베이라 광장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그러나 메뉴판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르니 메뉴 고르는 게 날마다 큰 숙제다. 게다가 우린 선택 장애까지 있었으니 메뉴는커녕 식당 선택까지도 한참이 걸린다. 차라리 식당이 하나뿐이면 좋으련만 쓸데없이 히베이라 광장에는 식당이 많다. 겨우겨우 식당을 선택하고 메뉴판을 탐독하며 그중 무난해 보이는 갈릭 스테이크와 포르투갈 사람들이 애정한다는 정어리 튀김이랑  콩밥 그리고 포트 와인을 시켰다. 그런데 갈릭 스테이크는 우리 예상과 달리 소갈비찜이 나왔고, 맞냐고 물었더니 이게 맞단다. 이게? 스테이크라고? 누가 봐도 갈비찜인데? 뭐에 홀린 것처럼 정말 이상했다.... 그게 맞다니 먹는 수밖에. 맛은 소갈비찜인데 썩 맛있진 않았고, 정어리 튀김은 짜지 않고 맛있었다. 참! 콩밥도 우리 예상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암튼 최선을 다해서 꾸역꾸역 먹고 계산을 하려고 현금 냈더니 잔돈이 없으니 카드로 하든지 아님 잔돈을 팁으로 주든지 하라는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결국 카드로 계산을 하고 나왔다. 우린 언제쯤이면 성공적인 메뉴 선택을 할 수 있는 걸까?

다음 일정은 크루즈 투어. 배를 타는 거라 혹시 몰라 미리 멀미약을 먹었다. 잠시 긴장했지만 멀미가 날만큼은 아니었고 도우루 강을 따라 포르투를 한 바퀴 돌아보는 거였는데, 다리가 많아서 그런지 설명이 죄다 다리 얘기다. 다리 투어 느낌? 40여분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졌다.

호텔 가서 잠시 쉬었다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 일몰을 보기 위해 동 루이스 1세 다리에 갔다가 포르투 대성당으로 갔는데, 대성당에서의 일몰이 생각보다 훨~~~ 씬 예뻤다. 또 그렇게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보다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로써 포르투에 온 지 나흘. 이젠 포르투가 우리 동네만큼 익숙해졌다. 호텔에서 상 벤투 역-포르투 대성당-동 루이스 1세 다리는 진짜 수도 없이 많이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포르투는 그동안 갔었던 다른 유럽 도시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맛은 없지만. 그래서 사실 처음엔 좀 실망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소박하고 뭔가 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사람들이 왜 포르투, 포르투 하는지 떠날 때가 돼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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