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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Aug 27. 2020

노오란 트램을 타고 즐기는 리스본 여행

episode-2020. 1. 23.  포르투갈 리스본

이 여행기는 코로나 19가 확산되기 전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포르투갈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리스본 트램 투어를 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 리스보아 카드(기차, 트램, 버스 등 대중교통 무료. 박물관, 궁전 등 28곳 입장료 무료. 기타 할인 혜택)를 사서 가장 유명한 28번 노란 트램 타고 일단 리스본을 한 바퀴 돌았다. 28번 트램이 리스본의 주요 명소와 전망대들을 지나가는 노선이라 사람이 제일 많고, 그만큼 소매치기도 많으니 조심하라고 들었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할아버지, 할머니들 몇 분 빼곤 사람도 별로 없고, 소매치기도 출근 전이라 여유롭고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트램을 타고 먼저 리스본 대성당에 갔다. 당연히 리스보아 카드가 될 거라 생각하고 자신 있게 카드를 내밀었더니 안된단다. 왠지 손해 본 것 같지만 할 수 없이 4유로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린 대성당 입장료를 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회랑과 보물 전시관 입장료를 낸 거였다. 보물 같은 건 딱히 안 봐도 되는데 말이다. 그래도 성당은 역시 멋졌다.

근처에 전망대가 많아서 어딜 갈까 하다가 성당이 바로 옆에 있다는 말에 그라사 전망대로 갔다. 리스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포르투갈의 유명한 여류 시인 소피아의 동상이 있다. 어디든 전망대에서 보는 리스본의 전망은 역시 멋지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호시우 광장으로 가서 지인이 추천해준 식당에 가서 그 유명한 해물밥을 먹었다. 해물죽 같은 느낌이었는데 바닷가재, 새우, 오징어, 홍합 등 해산물이 가득하고 고소하면서도 맛있었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굉장히 익숙한 맛이어서 정말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다시 트램(이번엔 신식 트램)을 타고 벨렝 지구로 갔다. 먼저 벨렝 탑으로 갔는데, 바스코 다 가마의 위대한 발견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건축물로 탑의 모양이 드레스 자락을 늘어뜨린 귀부인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테주 강의 귀부인'이라고도 불린다. 마치 종탑을 올라가듯 좁은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테주강과 벨렝 지구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역시 전망은 멋졌지만 스페인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정치범과 독립운동가들이 고통스러운 옥살이를 하던 곳이라고 하니 뭔가 숙연해지는 느낌이었다.

벨렝 탑에서 나와 강 쪽으로 걷다 보면 발견 기념비가 보인다. 1960년 해양왕 엔리케 왕자의 사후 500년을 기념해서 바스코 다 가마가 항해를 떠난 자리에 만들었다는데, 기념비 맨 앞에 엔리케 왕자를 비롯해 바스코 다 가마를 비롯해 대항해 시대에 공헌한 다양한 인물들이 조각되어있다.

발견 기념비에서 지하도로 길을 건너면 바로 제로니무스 수도원이다. 이 수도원 역시 엔리케 왕자와 바스코 다 가마의 세계일주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바스코 다 가마의 석관이 있다. 수도원의 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옆에 붙어있는 성당도 멋지고 건물 자체가 너무 예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리스본에서 본 것 중 단연 최고였다! 그리고 이 수도원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근처 유명한 에그타르트 집에 갔다. 제로니무스 수녀들이 수녀복을 빳빳하게 하기 위해 계란 흰자를 사용했는데, 남은 노른자를 버리기가 아까워서 만들게 된 것이 지금의 에그 타르트라고 하니 여기가 거의 원조인 셈이다. 예상대로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그나마 줄이 짧은 테이크 아웃 전용으로 줄을 서서 에그 타르트를 샀다. 바로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먹었는데 예상보다 훨~~~ 씬 맛있었고 내가 먹어본 에그 타르트 중 최고였다.

마지막으로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하다는 LX 팩토리에 갔는데, 10년 전부터 원래 공장이 있던 자리에 미술, 패션, 미디어. 사진 관련 회사들이 둥지를 틀면서 힙한 공간이 되었단다. 플리마켓과 각종 카페와 펍도 많고 거리의 향기부터 뭔가 달랐다. 원래는 여기에서 문어구이를 먹으려 했으나 역시나 7시 30분까지가 브레이크 타임이라서 먹을 수가 없었다.

너무 늦을 것 같아서 호시우 광장 근처에 가서 먹으려고 올 때 타고 왔던 15E 트램을 탔는데 타고 보니 느낌이 뭔가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 트램이 아니라 15E랑 번호도 생긴 것도 똑같은 버스였다. 어찌 이런 일이... 엉뚱한 버스를 타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환승을 해서 호시우 광장으로 갔다. 근처에 핫하다는 식당으로 가서 문어 구이랑 대구 요리를 시켰는데, 문어요리는 맛있었는데 대구구이는 또 실패했다. 대구는 우리랑 안 맞나 보다.

이제 내일이면 포르투갈을 떠난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한 가지를 꼽자면, 운전자들의 훌륭한 운전 매너인데, 철저히 보행자 중심이고, 사람이 건널목 가까이만 가도 차가 먼저 서 있다. 심지어 빨간불이어도 보행자가 우선이다. '사람이 먼저다'를 철저히 실천하고 있었다. 정말 이거 하나는 칭찬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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