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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Sep 06. 2020

Menu del dia(feat.잔에 담긴 치즈케이크)

episode-2020. 1. 26.  스페인 톨레도

이 여행기는 코로나 19가 확산되기 전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오늘이 여행 온 지 12일째인가? 아... 피곤하다. 이제는 알람이 울려도 못 일어나겠다. 피곤함과 식욕은 반비례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이건만 피곤해도 조식은 잘도 들어간다. 그나마 우리 입맛에 제일 잘 맞는 스탠다드한 음식이라 그런가 보다. 아무튼 오늘도 역시 양껏! 배부르게!


오늘은 버스를 타고 톨레도에 가는 날이다. 지하철을 타고 환승해서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바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서 티켓을 사고 보니 10시도 아니고 9시 59분 출발이다. 참 특이하다. 시간이 10분밖에 안 남아서 마음은 급한데 티켓에 게이트 표시도 없고 전광판도 없어서 어디에서 타는지 찾지를 못하겠다. 두리번거리다 유난히 줄이 긴 곳을 가보니 아주 작은 전광판에 톨레도행 버스 타는 곳이라는 표시가 있다. 게이트를 찾자마자 바로 버스가 왔는데 줄이 이상하리 만큼 잘 줄어들지를 않는다. 꽤 많은 사람들이 탔다고 생각하고 막 타려는 순간 우리 바로 앞에서 컷! 기사님이 내리시더니 지금 '풀!'이니 다음 차를 타란다. 뭐 이런 경우가. 출발 시간이랑 좌석번호도 써 있는데 다음 차를 타라고? 티켓을 바꿔야 되는지 물어봤더니 이 티켓 그대로 쓰면 되고 10분 후에 다음 버스가 온단다.


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에 어이없어하다가 우리 뒤에 줄 서 있던 영국인 가족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됐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반가워하며 가족이 한국에 놀러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중 제주도가 제일 좋았다고 했다. 뭐 서울이랑 제주도만 가봤으니 당연히 제주도가 좋았겠지만, 좋았다고 하니 기분은 좋았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버스가 도착했다. 아까 탔다면 좌석이 꽉 차서 둘이 떨어져 앉아 갔을 텐데, 이 버스는 여유가 있다. 게다가 기사님이 브레이크 없이 쭉~ 밟으신 덕분에 10분 일찍 출발한 버스를 따라잡았다. 결국 우리가 앞차보다 먼저 도착했다. 새옹지마가 따로 없다.


톨레도는 프랑스 고흐드랑 느낌이 비슷하다. 스페인의 옛 수도였다는데,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유적이 공존하는 곳이며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단다. '황소가 뛰던 축제의 현장'이라는 뜻을 가진 소코도베르 광장에 들렀다가 알카사르 앞에서 소코트렌 꼬마기차를 타고 톨레도 구시가지를 한 바퀴 돌았다. 반박자씩 늦는 감이 있지만,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서 좋았다. 톨레도 전망대에서는 10분 정도 사진 찍을 시간을 주는데, 아름다운 구시가지의 모습에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알카사르에 내려 소코도베르 광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을 찾는 것도, 메뉴를 고르는 것도 너무 힘들다. 간신히 식당은 찾았는데, 메뉴를 고를 수가 없어서 '오늘의 메뉴'에 해당하는 '메뉴 델 디아'랑 돼지고기 요리를 시켰다. 문제는 '메뉴 델 디아'가 애피타이저-메인 요리-후식으로 된 코스 요린데, 코스별로 또 메뉴가 2~3가지씩 있어서 또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거다. 고민하다 전부 다~베스트 메뉴로 골라달라고 해서 그대로 시켰다. 어렵다. 어려워... 음식이 나왔는데, 입 짧은 친구는 역시 같이 나온 감자만 몇 알만 먹고 손 놓고 앉아있다. 일단 음식 양이 너무 많았고 맛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게다가 혼자 먹으려니 더 안 넘어갔다. 우린 후식으로 시킨 치즈케이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후식을 먼저 달라고 했다. 그런데 세상에~ 잔에 담겨있는 떠먹는 치즈 케이크라니! 정말 우리의 예상을 완벽히 깨뜨리는 비주얼과 맛이었다. 내가 아는 치즈 케이크랑은 1도 비슷한 점이 없다. 이건 플레인 요거트 맛도 아니고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맛이었다. 결국 친구는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랑 도너츠를 먹었다.

치즈 케이크의 충격을 안고, 우린 톨레도 대성당으로 갔다. 톨레도의 풍부한 재정과 지원 덕분에 유난히 보석과 화려한 장신구가 많았는데, 새로운 맛은 없으나 역시 크고 멋졌다. 마지막으로 알칸다 다리에 갔다가 마드리로 돌아왔다.

유명한 마드리드 솔 광장에 들러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산딸기 먹는 곰 동상의 왼쪽 발뒤꿈치를 만져보고, 300년 됐다는 유명한 추로스 가게에 가서 추로스를 먹고 왔다. 사람이 엄청 많아서 정신은 없었지만 맛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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