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진 그레이트 오션 로드 투어를 하는 날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길이면 그레이트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싶어 12시간이라는 긴 투어 시간에도 불구하고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장장 243km에 달하는 오션 로드라니 말만 들어도 너무 멋지지 않은가.
아침 7시에 출발이라 일찍부터 준비를 마치고, 집합 장소로 향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펼쳐지는 장관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왼쪽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블로그의 글을 읽고, 왼쪽 자리 사수를 위해 일찍 서둘러 나왔는데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셨는지 대부분 집합 시간보다 일찍 나오셨다. 무사히 왼쪽 자리를 사수하고 출발 시간을 기다리는데 어디든 지각생은 있는 법.
투어 유의사항에 출발시간에 늦으면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되어 있었는데, 가이드님이 통화를 하시더니 사춘기 아들 둘이 늦게 일어나서 엄마가 간신히 깨워서 오고 있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신다. 사춘기 아들 둘이란 말에 그럴 만도 하지 생각을 하며 다들 기다려주셨다. 10분쯤 기다려서 모자팀이 오셨는데, 새벽부터 한바탕 해서 그런지 다들 무표정한 얼굴에 죄송하단 말도 한마디 없다. 그래도 미안하단 말 정도는 좀 하시지...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멜버른 답게 날씨가 흐리고 바람도 약간 분다. 날씨가 좋아야 제대로 오션 로드를 볼 수 있는데... 눈이 부시게 푸른 바다가 아니라 약간의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오션 로드는 정말 그레이트했다. 우리나라 해안도로와는 스케일이 다른 느낌이다. 거대한 자연의 힘이 그대로 느껴지는 파도였다.
해안도로를 달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메모리얼 아치였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참전 군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인데, 메모리얼 아치는 그들을 기리는 상징적인 장소이자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다. 메모리얼 아치에서 다들 인증샷을 찍고 바로 아래 해변에 잠시 내려갔다가 버스에 올랐다.
다시 끊임없이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려 '케넷 리버'라는 야생 코알라 군락지에 도착했다. 코알라가 호주의 상징적인 동물이긴 하지만 호주라고 해서 어디든 코알라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야생 코알라를 만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있어서 작게 보이긴 했지만 우리는 운이 좋게 야생 코알라를 세 마리나 볼 수 있었다. 야생 코알라를 보다니 내가 호주에 왔음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다음으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중간에 있는 아폴로 베이라는 마을에서 휴식시간 겸 점심을 먹었다. 이곳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 중에서 가장 번화한 마을이긴 하지만 약 1,600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라고 한다. 가이드님이 여러 식당을 추천해주셨는데, 우린 마파두부가 맛있다는 작은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호주에서 먹는 마파두부라고 생각이 안 될 정도의 익숙한 맛이 나는 마파두부였다. 얇은 긴팔에 청바지를 입긴 했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마을에 있는 옷가게에 가서 호주 국기가 그려져 있는 기모 후드티도 하나 사서 입었다.
식사 후, 본격적으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절경을 감상할 시간이었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고, 하늘은 맑아졌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12사도 전망대였다.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 내내 바람이 불더니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 바람이 미친 듯이 불었다. 바람이 많다는 제주도 바람은 바람도 아니었다. 인증샷은 찍어야겠는데 바람이 뒤통수 쪽으로 부는 바람에 머리가 하늘 높이 미친 듯이 솟구친다. 사진마다 머리가 미친년 산발이다. 얼마나 바람이 거센 지 사진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지만 차마 공개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사진을 찍는데, 나도 모르게 꺄르르 꺄르르 웃음이 났다. 바람처럼 우리도 미쳐버린 걸까? ㅎㅎ
바위들이 예수와 열두 제자를 연상시키는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라는 12사도는 원래는 12개의 바위가 있었으나 계속되는 침식 작용으로 인해 4개가 무너져 지금은 8개만 남아 있다. 사실 12사도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는데 막상 마주하니 그 웅장한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와보길 잘했다.
아일랜드 아치웨이와 레이저백, 런던 브릿지도 너무나도 웅장하고 멋졌다. 특히 로크 아드 고지는 영국에서 오던 배인 로크 아드 호가 난파된 장소로, 암벽으로 둘러싸인 특별한 뷰가 인상적이었다. 정말 넓고도 넓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넓고 푸른 바다와 독특한 암석 지형을 감상하며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도착한 포트 캠벨은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내 마음을 한없이 설레게 했다. 끝없이 펼쳐진 투명한 바다를 마주하고 앉아 있으니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 있다니... 작은 해변을 앞마당으로 둔 마을 사람들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신비한 해식동굴인 그로또였다. 침식작용으로 뚫린 동굴 사이로 파란 바다가 보인다. 하늘과 바다 색깔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서 사진을 찍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가이드님 말로는 숨겨진 비경이라 했는데, 핫플로 소문이 났는 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가이드님이 한 팀씩 사진을 찍어줬는데, 다음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민망해서 포즈를 취할 수가 없다. 그나마 자신 있는 건 얼굴 없는 뒷모습뿐!
그리고 멜버른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초록초록한 드넓은 목장과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 소, 말들을 보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에 대해서 꼭 가봐야 한다, 생각보다 별로다 이견이 있지만, 호주에 왔다면 또 멜버른에 왔다면 한 번쯤은 꼭 가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