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전설을 간직한 능소화
옛날엔 양반집에만 심을 수 있어 양반꽃이라고 불렸다는 능소화
옛날 궁궐에 소화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궁녀가 살았는데, 임금의 사랑을 받아 궁궐 한 쪽에 처소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임금은 소화의 처소를 찾지 않았고, 소화는 오매불망 임금을 기다리다 결국 버림을 받고 상사병에 걸리고 만다. 상사병에 걸린 소화는 죽기 전에
"내가 죽어도 내 처소 담장 아래 묻혀 임금을 기다리겠노라."라고 유언을 남겼고, 그 후 더위가 한창인 어느 여름날 소화의 처소 담장에 주황색꽃이 피었는데 이 꽃이 바로 능소화이다.
소화의 전설을 되뇌이다 보니 "나를 한 번이라도 쳐다봐주세요"라고 절규하는 소화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듯 하다. 가늘고 긴 그녀의 붉은 손가락이 담장을 타고 궁궐 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아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