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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Jun 26. 2016

버림받은 여인의 한이 서려있는 꽃

슬픈 전설을 간직한 능소화

옛날엔 양반집에만 심을 수 있어 양반꽃이라고 불렸다는 능소화
옛날 궁궐에 소화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궁녀가 살았는데, 임금의 사랑을 받아 궁궐 한 쪽에 처소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임금은 소화의 처소를 찾지 않았고, 소화는 오매불망 임금을 기다리다 결국 버림을 받고 상사병에 걸리고 만다. 상사병에 걸린 소화는 죽기 전에
"내가 죽어도 내 처소 담장 아래 묻혀 임금을 기다리겠노라."라고 유언을 남겼고, 그 후 더위가 한창인 어느 여름날 소화의 처소 담장에 주황색꽃이 피었는데 이 꽃이 바로 능소화이다.


양반집에만 심을 수 있어서 양반꽃, 임금에게 버림받은 궁녀 소화의 한이 담겨있어 능소화, 장원급제한 사람의 화관에 꽂아주어 어사화, 이 꽃이 피면 장마가 시작된다하여 비꽃


정말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며 이맘때쯤이면 시골집 담장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막상 보고싶어 찾아보면 찾기가 쉽지 않은 꽃이다.


능소화가 보고싶어 요며칠 폭풍검색을 하였으나 능소화가 피는 곳은 찾기가 어려웠다. 내가 알고 있는 마이산의 능소화는 아직 필 시기가 아니라 지금은 볼 수가 없고...

어딜 가면 볼 수 있을까? 하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얼핏 스치듯 본 영동 월류봉 옆에 있는 한천정사 담장에 능소화가 피었더라는 단 한 줄이 날 월류봉으로 이끌었다.


전에도 몇 번 월류봉에 왔었지만 그 땐 월류봉의 풍광에 빠져 한천정사라는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월류봉은 여전히 애국가에나 나올법한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고, 몇몇 사람들은 다슬기 잡기에 빠져 물 속에 고개를 박고 있었다.

월류봉 맞은편 절벽 위에 핀 능소화

월류봉을 한바퀴 돌고 한천정사로 향했다. 워낙에 작고 쇠락한 곳이라 별기대 없이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작은 담장 위에 내가 그렇게 찾던 능소화가 피어있었다. 능소화 하나만 보자고 이곳을 찾을 사람은 없겠지만 이 정도면 나한텐 여기까지 올 이유가 충분했다.


2021년 현재 아쉽게도 한천정사 담장의 능소화는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옥천에서 영동 월류봉까지 오는 길 군데 군데 능소화가 피어있어 작은 위로를 줍니다. 혹시라도 찾으셨다가 헛걸음하실까봐 알려드립니다.

소화의 전설을 되뇌이다 보니  "나를 한 번이라도 쳐다봐주세요"라고 절규하는 소화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듯 하다.  가늘고 긴 그녀의 붉은 손가락이 담장을 타고 궁궐 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아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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