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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Feb 01. 2017

갈래? 그래!

즉흥적인 두바이 여행 part1

'꽃할배, 런닝맨, 배틀트립, 님과 함께'까지 최근 들어 두바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두바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행프로를 즐겨보는 나도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음에 스톱오버로 한 번 가볼까?'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얼마 전 친구가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본 배틀트립 재방송을 보고 순간 혹!해서 나한테 "갈래?"라고 툭 던진 미끼를 내가 "그래!"하고 덥썩 물면서 이번 두바이 여행은 아주 즉흥적으로 결정됐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나로선 사막나라가 그리 매력적이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 사막에 대한 호기심이 날 두바이로 이끌었다. 몇 년 전에 체코를 가면서 두바이를 경유해서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느낀 첫인상은 '돈이 많은 나라라 그런지 공항도 삐까뻔쩍하네.'였다. 물론 두바이 공항에서 무려 5시간을 대기하느라 나중엔 시간이 징그럽게 안 가서 힘들었던 기억이 더 크지만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나의 두바이 행도 전날 밤잠을 설친 채 빈 속에 멀미약 한 병을 원샷하는 경건한 의식으로 시작되었다. 아침 7시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출국수속을 하고 면세점을 한바퀴 돌아보고 나서 12시30분 비행기를 탔다. 두 번의 기내식과 간식을 먹고, 이슬람 국가라 술을 못 마신다는 말에 맥주 한 캔까지 마시고 영화를 세 편이나 보고도 끝나지 않는 시간과의 처절한 사투 끝에 무려 10시간 만에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에 착륙할땐 멀미약발이 떨어져 베테랑 기장님의 완전 스무쓰한 랜딩에도 속이 울렁거려 멀미약 한 알을 급하게 씹어 삼켜야했다. 이 놈의 지긋지긋한 멀미...그리고 아...10시간 비행 힘들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힘들다.

멀미로 잠시 놓았던 정신줄을 꼭 붙들고 입국심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직원들이 모두 흰원피스 같은 전통복장을 입고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있다. 직원들의 옷차림을 보니 두바이에 온 게 실감이 났다. 눈도 크고 코도 크고 덩치마저 큰 남자들이 수염까지 기르고 있으니 왠지 위압감이 느껴져 긴장하고 있었는데 사람을 앞에 세워두고 자기들끼리 얘기하느라 입국수속을 안 해주는거다. 사람을 10분이나 세워두더니 지들 얘기가 끝나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무데나 도장을 쾅 찍어준다. 세상에 이렇게 일해도 월급을 주는구나~  암튼 두바이 남자들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공항직원들이 다 깎아 먹은듯 하다. 생긴 건 잘 생겼는데 말야...


입국심사에서 시간을 지체해서인지 우리 캐리어만 덩그러니 밖에 나와있다. 기분은 별로였지만, 짐을 찾아 환전을 하고 공항에 연결된 메트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두바이 메트로는 듣던대로 여성전용칸이 따로 있다. 퇴근시간이 지난 시간임에도 여성전용칸에 자리가 없어서 앞칸으로 가보니 좌석도 넓고 뭔가 더 좋아보인다. 그리고 두바이 메트로는 지하로 들어가지 않는다. 밖이 다 보여서 좋다. 일본 오다이바에 갈 때 탔던 모노레일이랑 비슷하다. 바깥 풍경을 두리번 거리며 구경하다 보니 호텔  근처 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메트로에서 내릴때 보니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탔던 칸이 골드클래스칸이란다. 어쩐지 좋더라니... 모르면 사람은 이렇게나 뻔뻔하고 용감해지나보다.

우리가 묵을 호텔이 에미레이츠몰 건너편이라 에미레이츠몰역에 내려서 몰을 거쳐서 가야하는데 이건 뭐 넓어도 너~무 넓어서 출구를 찾을 수가 없다. 몰 안에 스키장도 있다고 하니 정말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 물어 겨우 출구를 찾고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직원이 스모킹룸에 침대가 무지무지 넓다고 하길래 자기네 침대 좋다고 자랑하는건가 했더니 방에 가보니 무지 넓은 더블베드가 떡하니 놓여져 있다. 우리가 너무 듣고 싶은대로만 해석을 했나보다. 프런트에 다시 내려가 얘길하니 현재 스모킹룸 뿐이라 그렇게 해 준거라며 잠깐 기다려보란다. 다행히 방이 바로 생겨서 캐리어를 내팽개치고 워부터 하고 침대에 누웠다. 나에게 한 가지 초능력이 생긴다면 순간이동능력이었으면 한다. 장시간 비행은 너무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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