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 2017년 1월 8일
이번 제주도 여행은 동백꽃이 보고 싶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아주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다. 하룻밤만에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모든 준비는 일사천리로 끝났다. 구체적으로 어딜 가서 뭘 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위미리 동백군락지와 카멜리아힐만 갈 수 있다면 나머진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8시30분 비행기를 타고 하이타이 거품같은 구름을 헤치고 9시30분에 제주도에 도착했다. 렌트한 차를 받고 그 유명하다는 3대 김밥으로 제주도에서 아침을 먹겠다는 야무진 꿈을 안고 다가미 김밥집을 찾아갔으나 주일(일요일)은 휴무란다. 이런... 교회에 가셨나보다. 날씨도 꾸물거리고 시작이 뭔가 산뜻하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밥은 뒤로 미루고 제주시에 있는 관음사라는 절로 향했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풍겨나온다. 우리나라의 절과는 사뭇 다른 이 느낌. 사진만 보여주면 대만 어느 절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밥을 못 먹어서 그런지 겨우 잠깐 걸었을 뿐인데 다리에 힘이 빠진다. 그런데 절 입구를 지나자마자 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카페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떡하니 있다. 허기진 상태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홀리듯 카페 안으로 들어가 빵과 고구마라떼를 시켰다. 그러나 빵은 별 맛이 없었고 고구마라떼는 허기를 달래주기엔 부족했다.
절을 크게 한 바퀴 돌고 왠지 꾸물꾸물한 날씨와 어울릴 것 같은, 비가 와도 괜찮을 것 같은 비자림으로 향했다. 먼저 비자림 근처 흑돼지 돈까스 집에서 배를 채우긴 했으나 역시 맛은 별로고 기운은 나지 않는다. 오늘 먹는 운은 없나보다. 비자림에 도착하니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한다. 온통 초록색인 천년의 비자림숲으로 걸어들어간다. 사방은 조용하고 눈에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눈이 맑아진다.
다음 코스로 조용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종달리마을로 향한다. 블로거들이 사진빨로 우릴 현혹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뭐 나름 괜찮았다. 그리고 종달리마을 지분의 8할은 단연 카페 앞을 지키는 고양이 세 마리다. 어미고양이와 새끼고양이 두 마린데 눈 색깔도 다른 신기하고도 귀여운 고양이가 자꾸 마음과 눈길을 빼앗는다. 몇 번을 다시 돌아가 눈을 맞춰본다. 너무 너무 예쁘다.♡♡
고양이를 뒤로 하고 숙소를 찾아갔다. 바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맘에 쏙 드는 곳이다. 바다만 보고 있어도 저절로 힐링이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