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소리는 나지만 올라가길 잘했어-피렌체 두오모

episode-2018년 1월 13일

by 앤 셜리

언제나 그렇듯 배가 빵빵해질 만큼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체크아웃을 한 후 피렌체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보니 아침이라 그런지 골목마다 빵가게에서 고소한 빵 냄새가 난다. 빵가게에 진열해 놓은 빵도 어찌 그리 예쁜지 기분까지 좋아진다. 아쉬운 마음에 기차역 앞을 서성이며 한 번 더 베네치아를 눈에 담는다.

고속열차를 타고 2시간 만에 피렌체에 도착했다. 르네상스의 중심지이자 꽃의 도시라 불리는 피렌체. 꽃을 좋아하는 내게 '꽃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진 피렌체는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기차역에서 호텔은 걸어서 5분 거리로 가까웠다. 일단 호텔에 짐만 두고 나와 마트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먹고 두오모 성당으로 향했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싼타 마리아 델 피오레라는 이름으로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성당의 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저렇게 큰 돔 모양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생각하니 경외심마저 든다. 게다가 성당의 외관은 마치 그림을 그려 색을 칠해 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그림이 아니라 다양한 색의 대리석을 사용해서 만들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성수기가 아님에도 사람들의 줄이 길다. 다행히 예매를 하고 가서 시간에 맞춰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한 피렌체 두오모 성당. 주인공 아오이와 준세이가 아오이의 서른 살 생일에 만나자고 약속을 했던 곳.

진실한 사랑은 변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다면 언젠간 꼭 만난다. 인연이 잠시 멀어져도 긴 시간 동안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이렇게 그 사람 앞에서 게 된다.

- 냉정과 열정 사이 中 -


그곳 쿠폴라에 올라가려면 나선형의 좁은 계단을 끝도 없이 올라가야 한다. 계단이 좁아 한 번 올라가기 시작하면 다시 내려갈 수도 없다. 허벅지를 붙잡고 곡소리를 내가며 이젠 더 이상은 못 가겠다는 마음이 들 때쯤 두오모의 꼭대기에 도착한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올라가니 온통 빨간 지붕으로 되어 있는 피렌체 전경이 다 보인다. 가슴이 뻥 뚫린다. 다리는 후들거리지만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힘든 계단을 함께 걸어서 이 아름다운 전경을 함께 본다면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폴라에서 내려오니 앞에 조토의 종탑이 보인다. 이미 체력은 방전이 된 상태라 제대로 서 있기도 힘이 든데 함께 온 친구들은 올라가고 싶은 눈치다. 내가 가자면 가고 아니면 안 가도 된다는데 차마 가지 말자고 할 수가 없어서 종탑에 올라가기로 했다. 결정한 순간 다시 고행은 시작됐다. 종탑에 올라가기 위해선 두오모 그 이상의 고통이 따른다. 여전히 좁은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다리의 감각이 없어질 때쯤 종탑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 침은 바짝바짝 마르고 심장은 터질 것 같다. 종탑에 오르니 두오모가 눈 앞에 선명하게 다가온다. 힘은 들었지만 역시 올라오길 잘했다. 여기까지 올라온 내가 그렇게 대견하고 뿌듯할 수가 없다. 그러나... 믿거나 말거나 내 생에 또다시 종탑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ㅎㅎ

종탑에서 내려와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핫초코를 마시며 당을 보충하고 중앙시장을 구경하고 공화국 광장, 시뇨리아 광장을 들러서 베키오 궁전과 베키오 다리를 보러 갔다. 유럽은 성당과 광장을 빼곤 이야기가 안 된다는 말이 실감 나게 어딜 가도 광장이 있다. 계속 보다 보니 이 광장이 저 광장 같고 저 광장이 이 광장 같다. 피렌체는 어딜 가도 메디치가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베키오궁 역시 메디치가의 궁전으로 쓰이다가 현재는 피렌체의 시청으로 사용되고 일부는 박물관이 되었다. 베키오 다리는 다리 위에 건물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특이한 모습이다. 처음에는 정육점들이 있었는데 코지모 1세 때 보석가게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노을이 질 무렵의 베키오 다리는 정말 예쁘다. 야경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지고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