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 2018년 1월 15일
오늘은 이탈리아에 가면 꼭 가보고 싶었던 친퀘테레에 가는 날!!!
피렌체에서 라스페치아역까지 꼬박 2시간 반이 걸리고, 거기서 다시 친퀘테레에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친퀘테레의 5개 마을을 돌아보려면 1일권 기차표를 사서 기차 시간에 맞춰 마을에 내리면 된다. 1일권 기차표를 산 것까지는 좋았는데 1일권이라 기차표 펀칭을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고민하다가 한 번 넣어봤더니 안 되길래 안 해도 되나 보다 해서 그냥 기차에 탔다.
와~~~ 멋지다~!!! 우리의 탄성과 함께 파아란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러나 감탄도 잠시. 갑자기 역무원이 표를 보여달래서 보여줬더니 펀칭을 안 해서 부정승차니까 벌금을 내란다. "1인당 50유로씩 이나!! 미친거 아니니?"
'우리가 관광객이라 몰랐다. 좀 깎아달라. 우린 오늘 저녁때 피렌체로 간다.'서툰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아무리 말을 해도 씨알도 안 먹힌다. 기차나 버스표를 펀칭해야 하는 건 알았지만 1일권까지 펀칭을 해야 하는 줄은 정말 몰랐다. 50유로면 65,000원인데 셋이 20만원 정도 벌금을 낸 셈이니 이건 정말 해도 너무한다 싶다. 물론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탄 우리 잘못이 제일 크지만! 표를 안 산 것도 아니고 펀칭 기계에 한 번 안 넣었다고 벌금이라니... 기분이 확 상한다.
인정머리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
그래도 우리의 남은 여행을 망칠 순 없기에 융통성 없는 젊은 역무원 놈 욕을 실컷 하고 액땜했다 생각하고 털어버리기로 했다.
친퀘테레는 5개의 마을이라는 뜻인데, 기차 시간 상 모두 가볼 수는 없어서 '몬테로쏘-마나롤라 - 리오 마조레' 세 군데만 갔다 왔다. 날씨도 흐린데다 비수기라 문 닫은 가게도 많고 뭔가 내가 생각했던 친퀘테레와는 달랐다. 말하자면 절벽 위에 있는 산동네 어촌마을인데, 우리나라로 치자면 통영의 동피랑 마을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친퀘테레 사진도 마을에 따라선 배를 타고 나가야만 찍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벌금 150유로의 충격도 아직 잊히지 않았는 데다 경치마저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으니 본전 생각이 절로 났다. 여름 성수기엔 보다 활기차고 멋진 모습이겠지만 겨울 친퀘테레는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으련다.
빠듯한 일정을 마치고 뭔가 찜찜한 기분으로 피렌체로 돌아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피렌체로 돌아가는 기차는 환승까지 해야 해서 더 신경이 쓰였다. 피사역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연착을 하는 바람에 환승열차를 놓치고 또다시 멘붕. 오늘은 왜 이리 일이 꼬인다니~~~ 다행히 한국인 가족을 만나 같이 다음 열차를 타고 피렌체로 돌아왔다.
몸은 지치고 배는 고프고 비까지 몇 방울씩 떨어지니 신세가 참 처량하다. 오늘 저녁은 무조건 한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역 근처에 있는 한식집을 찾아갔다. 가보니 밖에까지 대기줄이 늘어서 있다. 다들 스파게티, 피자에 지친 사람들 이리라. 20여분을 기다려 안으로 들어가니 한국인 주방장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제육덮밥, 비빔밥, 짬뽕을 시키고 기다리고 있는데 왜 이리 기다리는 시간이 긴지... 정말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비빔밥을 한 입 먹는 순간. '아~~~ 바로 이 맛이야' 감탄사가 절로 난다. 제육덮밥도 짬뽕도 완전 맛있다. 며칠 전에 베네치아 중국식당에서 먹은 짬뽕은 짬뽕도 아니다. 이탈리아에 와서 처음으로 기분 좋게 배불리 밥을 먹으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하루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