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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향한 벽, 안타까운 싸움

학교와 싸우려는 학부모(엄마)

by 사색하는 수학교사


학생부장으로서 학교 현장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얼굴 중에서도, 유독 가슴 시린 경우가 있습니다. 천안에서 전학 온 한 아이의 어머니가 그렇습니다. 처음 학교에 오셨을 때, 아이가 겪은 따돌림과 뒷담화로 깊은 상처를 호소하며 눈물짓던 모습이 선합니다.

안타깝게도 이어진 학폭위는 쌍방 언어폭행으로 결론 나 서면 사과와 특별 교육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셨습니다. 조치 미이행은 물론, 국선 변호사까지 선임하며 행정 심판을 진행 중이십니다. 학교의 결정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그때부터 시작된 듯했습니다.

올해는 남학생과의 인터넷상 성희롱 발언 문제로 또다시 쌍방 학폭이 접수되었습니다. 다행히 화해 조정 과정을 거쳐 학교장 종결로 마무리되었지만, 어머니의 학교를 향한 불신과 경계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학교의 모든 것을 법과 매뉴얼에 맞춰 따지십니다. 학폭 관련 규정집을 꼼꼼히 읽고 오셔서 학교의 절차 하나하나에 의문을 제기하시죠. 학교에 오실 때면 녹음과 필기는 기본이고, 대화 자체가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논리적으로 몰아붙이려는 '싸움'의 준비 과정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는 학교에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벌써 결석일수가 64일을 초과하여 유예 처리될 예정입니다.

한부모 가정으로 아이를 키우며 겪었을 고통과 상처,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가 또다시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이 어머니를 저토록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내몰았을 겁니다. 학교를 믿고 아이를 맡기기보다는, 법과 절차라는 방패 뒤에 숨어 싸우는 것만이 아이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하지만 매일 싸울 준비를 하며 학교를 불신하는 그 모습에서 저는 아이의 상처만큼이나 깊은 어머니의 고독하고 힘겨운 싸움을 봅니다. 문제 해결보다는 소모적인 감정 싸움과 법적 다툼에 에너지를 쏟으며 정작 가장 필요한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 그리고 학교와의 건설적인 관계 회복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큽니다.

학생부장으로서 아이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도, 학교를 향해 굳게 닫힌 어머니의 마음의 벽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저 이 싸움이 언제쯤 끝날까, 어머니와 아이 모두에게 평화가 찾아올 날은 언제일까 조용히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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