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카스게비(Casgevy)’가 허가되었다(영국 MHRA 2023. 11. 16; 미국 FDA 2023. 12. 8). 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기반으로 크리스퍼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와 버텍스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가 공동 개발한 치료제로, 12세 이상의 중증 겸상적혈구병(SCD)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카스게비의 가격은 220만 달러, 한화 약 28억으로 책정된 초고가 의약품이다.
제품의 허가로 판매(실시)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적법한 실시를 위해서는 제3자의 특허권의 침해 없이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 그런데, 유전자 가위 기술과 관련한 특허 분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어떻게 특허 문제를 해결하였는지 궁금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특허법상 특허권자의 권리]
우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특정 DNA에 결합하는 유전물질(gRNA)과 해당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Cas9)을 결합한 형태로, Cas9은 gRNA가 상보적으로 결합하는 DNA 서열 근처에 PAM 서열이 있어야 활성을 갖는다. gRNA는 crRNA(타겟 DNA를 인식)와 tracrRNA(crRNA와 상보적인 결합을 이뤄 Cas9과 복합체 형성)가 링커로 연결된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모식도]
유전자 가위 기술과 관련한 특허 간 분쟁은 UC 버클리 그룹과 브로드연구소 간에, 후속으로 이들과 한국의 툴젠 사이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UC 버클리 그룹은 CRISPR-Cas9을 이용해 유전자를 정밀 편집할 수 있는 방법을 최초로 고안*하여 발명자인 Doudna 및 우메아 대학교의 Charpentier 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지만, UC 버클리와 MIT-하버드 브로드연구소 간 분쟁에서 브로드 연구소가 진핵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CRISPR-Cas9 유전자 편집기술**의 특허권을 갖는 것으로 정리되었다(2022. 2. 28, 항소심 진행 중).
*정제된 Cas9 단백질과 in vitro 전사된 가이드 RNA를 포함하는 CRISPR-Cas9의 In vitro 내 작용을 규명 **CRISPR-Cas9의 In vivo 내 작용을 규명
브로드연구소와 툴젠은 타겟 DNA가 진핵세포(포유류 세포를 포함) 유래인 점이 공통적이며, 툴젠의 특허 14/685,510는 브로드연구소와 저촉심사*가 진행 중이다.
*브로드 연구소의 특허에 비해 툴젠의 특허 가출원일(우선일)이 선행하여, 선행특허의 지위를 갖는 것일 수 있으나, 당시 미국에서는 출원이 선행되었는지(선출원주의) 보다 발명이 선행되었는지(선발명주의)에 따라 선행특허를 파악하므로, 동일한 발명을 주장하는 2인 이상의 출원인이 존재하는 경우 선발명자를 가리기 위한 저촉심사를 실시한다.
[UC 버클리, 브로드연구소 및 툴젠의 관련 특허 대표 청구항]
툴젠은 위 특허 외 최근 등록되었으나, 저촉심사의 진행으로 등록 유보 중인 CRISPR-Cas9을 복합체로 만든 뒤 세포내로 전달(유전자 가위의 정확도 향상, 카스9 RNP)하는 특허 등을 보유한다. 이는 브로드연구소의 CRISPR-Cas9을 발현할 수 있는 벡터하는 특허와 차이가 있다고 보인다.
처음으로 돌아가 버텍스(Vertex Pharmaceuticals)는 카스게비(Casgevy)에 사용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의 특허 실시권 계약을 위 3개사 중 ① UC 버클리 그룹 (버텍스는 UC 버클리 그룹 특허의 공동 소유자인 Charpentier가 설립한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와 카스게비를 공동 개발하였으며, 판매에 따른 이익을 6 : 4로 나누는 계약을 체결하여, UC 버클리 그룹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이 개발 초기 단계부터 맺어져 있는 것으로 사료됨), 및 ② 브로드연구소 특허에 대하여 체결하였다(버텍스는 브로드 연구소로부터 기술을 독점적 실시권을 받은 에디타스메디슨으로부터 2023년 말에 약1300억 규모의 비독점적 실시권 계약을 체결함).
버텍스는 ③ 툴젠과는 실시권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툴젠의 저촉심사 결과가 정리되어 툴젠의 특허 등록이 명확해지는 시점, 그리고 카스게비(Casgevy) 기술이 툴젠의 특허권의 범위 내인 경우, 체결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 최초의 혁신적인 유전자 편집기술이 적용된 치료제의 허가에 이르기 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비용과 노력이 들었을 것이다. 제약사,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기술의 상업화에 이르기 위한 각 임상 단계, 허가의 난제를 해결하였을 것이며, (발명을 보호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를 목적으로 하는) 특허는 넘을 수 있는 허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또한, 위 사례를 토대로 의약은 물론 다양한 기술분야에서 제품 판매를 준비하면서, 그 전 단계부터 특허 허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제품의 판매 까지가 아닌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는 경우에도 상대방(특히, 해외 기업인 경우)은 기술이 특허의 장애가 없이 자유로이 실시할 수 있는 기술인지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기업 내부에 IP 팀이 존재한다면 대비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기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특허분석 사업을 지원하며, 이를 통해 기술의 사업화 (판매, 기술이전 등)에서의 특허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분석을 진행해 볼 수 있는 점을 기업에서 고려해 보면 좋을 것이다.
필자 소개
박연수 파트너 변리사/변호사는 서울대 생물교육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변리사 시험, 2012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생명공학, 약학 및 화학 분야 국내 및 해외 기업의 특허 업무 전반에 대하여 전문성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국내 바이오 기업에서 IP 전략 수립, 국내외 IP 소송 업무를 담당한 바 있습니다. 현재, 특허법인 비엘티에서 화학 바이오 분야 특허, IP 전략 수립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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