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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든새 Apr 14. 2022

사랑을 알려준 사람

엄마인 나 엄마의 나에게

어린 시절의 엄마는 바나나를  번도   없었다. “바나나는 어떻게 생겼어? 무슨 맛이야?” 그런 엄마에게 외할머니는 바나나가 가지를 닮았다며 달고 맛있다고 이야기해주셨단다. 어렸던 엄마는 바나나는 부자만 먹을  있다고 생각했고 가난한 형편의 외할머니께서 어떻게 바나나를 먹을  있었을지 놀랐다. 어린 마음에 “바나나도 먹을 정도로 부자였는데 지금 고생을 하고 있네.”라고 말했더니 외할머니께서 “우리 선자는 나중에 자라서 맛있는  많이 먹게  거다.”라고 해주셨단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먹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빠의 끼니 걱정 때문에 친구들과 여행 한 번도 안 갔다. 어느 날, 나와 단둘이 강릉으로 1박 2일 놀러 갔던 때에는 반찬에 김까지 구워놓고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자신을 밥순이로 안다며 서운해하면서도 따끈따끈한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했다.

그런 엄마는 집에서 대접을 받아야 밖에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며 남편에게 집밥으로 힘을 줘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말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라며 엄마와 다툴 준비를 했다. 손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도 못 챙겨 먹는 밥을 만들어 먹여야 된단 말이야? 엄마는 나에게 “그러려고 결혼했어?”라며 화를 내고 나는 “이러려고 결혼한 줄 알아?”라며 화를 냈다.

나는 그런 엄마가 싫었다. 자신과 다른 인생을 살길 바라면서도 같은 방식을 강요하는 엄마가 싫었다.

우리 남편은 엄마(장모님)가 해준 음식이라면 뭐든 좋아해서 처가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뭐든지 그렇게 잘 먹었다. 언젠가부터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며 나도 요리를 했다. 뛰어난 실력은 아니더라도 남편이 좋아하는 밥맛을 위해 돌솥을 구입했고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 김치볶음밥에는 계란 프라이, 떡볶이에는 튀김, 남편이 좋아하는 조합으로 식사를 준비했다.  맛있게 먹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엄마가 왜 그렇게 집 밥, 집 밥 노래를 불렀는지 알 것도 같았다.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껏 요리하는 것, 그게 엄마의 사랑이었다.

엄마는 사랑을 못 받아서 표현하지 못했다며 지난 시간을 사과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에게 사랑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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