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일글쓰기 029
이 주일에 한 번씩 병원(신경정신과)에 간다. 병원에서는 지난 2주간 어땠는지 묻는다. 매일 비슷한,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다. 그런 사실이 무료하고 지긋지긋해서 견딜 수 없을 때도 있고, 평화로운 일상이 감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오늘의 대답은 “좋았어요.”였다.
어제 엄마와 대화에서 힘을 얻은 덕분이다. 날씨 얘기를 나누던 중에 엄마는 가을이 싫댔고 나는 가을이 좋다. 엄마는 가을이 되면 계절을 타는지 기분이 우울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최근 무기력했던 게 그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가끔 이렇게 무기력해질 때마다 예전처럼 돌아갈까 봐 두렵다”라고 말했는데 엄마도 나처럼 걱정될 때가 있다고 했다. 나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사람과 대화는 큰 힘이 되었다.
어제의 엄마는 나에게 좋은 친구였다. 어릴 때엔 그런 기대가 싫었는데 좋건 싫건 이미 친구 같은 관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