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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든새 Sep 25. 2022

사랑의 흔적

다시 백일글쓰기 028




잊지 말자고 했지만 결국 잊게 되는 것들이 있다. 어제 치매를 앓던 할머니께서 생전에 나에게 “예쁜  예쁜 짓만 한다라고 하셨던 일에 대해 적어둔 것을 읽었다. 적어두지 않았다면 떠올리지 못했을 기억이다.


기록은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다. 늘 엄마에 대해 글로 남겨두자고 마음은 있었는데 쉽지 않았다. 엄마에게 상처받은 기억은 사이가 좋을 때엔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엄마의 정원에 대해 글로 남겨두기로 했다. 1년의 기한을 잡아두고 여유 있게 생각 중인데 그 긴 기간 동안 나의 열정이 식지 않길 바란다.


언젠가 흔적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 나눈 적 있다. 그 사람은 사랑하는 이와 영원히 이별하고 무척 힘들어했다. 사랑의 흔적이 너무 많아서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언젠가 남겨질 사람들을 위해 자신은 모든 흔적을 지우고 세상을 떠날 거라고 말했다. 그 마음을 미처 헤아릴 수 없지만 알 것 같기도 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 같다. 그 사람의 의견과 달리 나는 되도록 많은 흔적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흔적을 보고 떠올리는 것만으로 나의 남은 시간이 모두 흐르길 바란다.

몇 번의 헤어짐을 경험하고 언젠가의 이별을 언제나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떠나는 생각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생각이 가끔 나를 슬프게 만들지만 그렇기에 늘 기록한다. 흔적에 마음을 담아서 어제의 추억을, 오늘의 행복을 기록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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