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연대기-5. 워싱(washing)의순간

- 나의 데님 로드 ( My Denim Road ) -

by 블루 캐롯




< 나의 두 번째 바지통- 포천에서 >







다시 찾은 월요일. 이번엔 늦지 않았다. 도착하니 출근 등수는 3등. 20분쯤 지나자 대부분이 출근했다. 현장 식구들과 가볍게 인사하고, 샘플 실로 가서 실장님을 비롯한 샘플러 분들께 인사드렸다. 샘플실 인원은 총세분으로, 이곳에서 모든 데님의 샘플과 메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침 오전이 한가하다고 하셔서, 준비해온 질문들을 여쭤보았다. 내가 알아듣기 쉽게 눈높이를 낮춰 설명해 주시는 배려가 느껴졌다. 실장님께서 공장 내부를 안내해 주셨다. 말로만 듣던 샌드 워싱(sand washing)과 스톤 워싱 (stone washing)을 처음으로 현장에서 보았다.



여러 공정을 살펴보다가 영업을 가셨던 사장님께서 일감을 가지고 샘플실로 오셨다. 두 분의 사장님께서 각각 브랜드 담당자를 찾아, 샘플과 메인 일감을 분배하시며 전달 사항을 말씀하셨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맛있게 밥을 먹었다. 이후 실장님과 함께 내가 가져온 바지통을 작업했다. 바지통은 공정에 따라 수세(헹굼)와 용액 투여를 반복하고, 때에 따라 부석을 넣은 통에 넣기도 했다.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보고 싶었다. 실장님께서 담배 피우러 나가실 때도, 담배 연기를 꾹 참고 옆을 졸졸 따라다녔다. 그리고 바지통 워싱에 대부분 왜 그토록 난색을 표했는지 알게 되었다. 바지통은 입지 못 하는 하나의 '옷'이었다. 그러나 옷과 동일한 공정과 수고가 따른다. 디테일 없이 단순한 바지통의 모양이 오히려 컬러와 원단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작은 면적이라 쉽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 이런 업무에 마땅한 비용을 받지도 않고 해 주시다는 것이 그저 고맙고 대단한 거였다.







5월이라 선선한 날씨였지만, 현장 안은 기계의 열기로 점점 더워졌다. 한여름이면 체감 온도는 엄청날 것이 짐작됐다. 물에 젖은 데님은 무겁다. 게다가 업무에 따라 데일 것 같은 열기와 화학 염료 및 대량의 먼지에 노출된다. 그 모든 것을 하루 종일 서서 앞치마와 고무장갑에 의존해 일을 하시는 현장의 직원분들께 깊은 감동을 느꼈다. 디자인, 원단, 봉제, 워싱, 판매 등의 업계를 이루는 전 부문이, 온전히 일 한 값어치를 제대로 평가 받아 청바지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워싱(washing)의 순간을 마주하며 경이로움을 느낀 적이 있다. 그것은 물속에서 원단의 컬러를 보는 장면이다. 현재의 컬러와 건조 후의 색채를 물속에 담가서 미루어 보는 거였다. 전혀 예상치 못 한 작업 방식에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이것은 고도의 숙련됨과 감각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래서 아무나 샘플러가 될 수 없다. 데님은 물과 온도에 영향을 받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직물이다. 때문에 워싱을 하는 당일의 날씨에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예민한 기후를 살피는 것이 데님 생산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물은 워싱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사용하는 물의 성질에 따라 원단과 반응하여 표현되는 데님의 색상이 달라진다. 이것은 지구 상에 어떤 원단도 가지지 못 한, 물에게 받은 축복이다. 그게 아니라면 물속에서 이토록 자유로움을 무궁무진하게 펼쳐 낼 수 없을 테니까.









< DENIM의 물결 >


물 안에서 자유로운 데님을 보았을 때 일렁거리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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