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21가지 쯤의 후회 리스트
비행기의 존재를 모르는 인간이 “유럽여행을 가지 못한 것이 후회이다”라고 말을 할까? 주변에 해외 여행을 가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과연 그것에 불행함이나 후회를 느낄까?
특정 나이에만 가능하고 놓치면 어려운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있는가? 그럼 그걸 어느 정도 하면 후회없이 수월하게 죽어갈 수 있을까? 유럽여행을 가보고, 주식 공부를 일찍 시작하면 인생의 의미를 알 수 있나? 물론 돈은 아주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 체크리스트들 자체가 없던 욕망과 후회조차 연성한다는 것이다. 비교의 기준을 갑자기 21가지나 제시해버리니까.
연애도 여러 사람과 해보라는 말이 통용되어 있다. 그러면 사랑을 알 수 있나? 점점 더 여러가지를 재고 조건이 붙어서, 안전하고 잃을 것이 적다고 판단이 되어서 시작한 관계는 거래관계 아닐까. 그것 또한 의미가 있겠지만… 아픈 만큼 깊어지는 것이 사랑 아닐까? 아프다는 것은 두 개의 우주가 적극적으로 충돌한다는 것일테니.
과연 “20대에 ~를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라고 설파하는 이들 중, 그 말을 뒤집게 되거나 오히려 자신이 이후에 후회하지 않을 인간이 있을까 싶다. 그들은 제일 먼저, 자신의 얕은 경험을 기반으로 어리석은 말을 널리 퍼트린 자신의 인정 욕구에 대해서 제일 먼저 후회하고 창피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금, 이 곳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인간은 어딜 가든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초기에는 쾌락과 자극으로 인해 뭔가 다르다고 여길 수 있지만, 결국 어디를 가든 사람을 찾게 되고, 인간은 2000년 전부터 비슷했기 때문이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문제의 뿌리는 내면에 있다. 그 뿌리에 정면으로 충돌해서 찢어발기지 않는 이상 어디를 가든 그 뿌리는 싹을 틔우고 비슷한 열매를 맺을 것이다. 우회로는 없다. 지름길도 없다. 가시가 잔뜩 달린 뿌리를 똑바로 쳐다보고 그것을 손으로 잡고 힘껏 뽑아야한다. 피가 나도 그 길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