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인공지능,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장동선, 김영사, 2022)

by 초마실

지은이 : 장동선

제목 : 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출판사 : 김영사

출간 연도 : (1판 3쇄) 2022.06.27.

페이지 : 총 179면


인간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 '오토마톤(Automaton)'에 대한 상상은 고대 신화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장장이 신 헤파이토스가 크레타섬을 지키기 위해 청동 거인 탈로스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처럼, 인간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존재에 대한 깊은 염원을 품어왔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그 상상은 '인공지능(AI)'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이 되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가 집필한『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김영사, 2022년 1판 3쇄, 총 179면)입니다. 평소 방송에서도 자주 뵈었던 분이라 친숙한데, 뇌과학자의 시선으로 인공지능을 분석했다는 점이 제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습니다. 저자 소개를 살펴보니, 장 박사님은 독일에서 태어나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성장했고, 독일과 미국에서 학위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국내 방송에서 종종 느껴졌던 다소 독특한 한국어 억양도 이러한 성장 배경 덕분인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책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목차를 훑어보니, 1장에서는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2장에서는 인류가 인공지능을 발전시켜 온 시도를, 그리고 3장에서는 생명과 지능의 탄생과 진화에 대해 다룹니다. 처음에는 뇌과학자만의 특별한 시선을 기대했던 만큼, 다른 인공지능 관련 서적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살짝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의 미래를 보는 관점 세 가지

저자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예상할 때 고려해야 할 세 가지 관점을 제시합니다.


1. 유토피아적 관점 : 인공지능을 그저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로 여기며, 결코 인간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등장하는 노예처럼, AI는 인간의 편의를 위한 존재로 남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입니다.


2. 디스토피아적 관점 :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묘사된 암울한 미래와 같습니다. '빅 브라더'의 감시 아래 통제당하는 인간의 모습, 혹은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의 도구를 넘어 주인이 될 때 인간의 미래는 비참해질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이죠.


3. 융합과 보완의 관점 : 앞선 두 관점의 중간 지점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융합하고 보완하며 함께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이 연결되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이러한 물리적 또는 비물리적 융합을 통해 인류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관점입니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저자는 미래에 "인공지능이 나라는 존재를 복제하거나 흉내 내는 것이 더 쉬워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진정한 나 자신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술들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며, 결국 개인의 '아이덴티티(Identity)'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하는 세 가지 키워드

이 책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다른 존재라는 주장의 구체적인 근거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둘 사이를 구분하는 키워드로 '생명', '지능', '연결'을 제시합니다.


1. 생명 : '인간은 살아있다'는 생명으로서의 존재를 강조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DNA라는 '정보 전달 메커니즘'을 통해 고유한 생명 현상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2. 지능 : 인간은 '학습'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고, 다른 개체의 '감정'을 함께 느끼며 생존하는 '사회적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역시 정보를 학습하는 특징은 인간과 유사하지만, 인간 고유의 감정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3. 연결 : 인류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것은 뇌 자체가 업그레이드되기보다는, '뇌와 뇌의 연결', 즉 '사회적 뇌(Social Brain)' 덕분이라고 합니다. 지식과 정보가 공유되면서 혁신이 가속화된 현대 사회를 보면 이 주장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요즘 속속 등장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훗날 서로 연결된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결론은 인간의 행복이 가장 중요

책의 마지막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세 가지 욕구인 '자율성', '성취감', '연결감'이 행복을 느끼게 한다는 '자기결정이론'으로 마무리됩니다. 역시 뇌과학자다운 결론입니다.

저자는 앞으로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세상에서의 발전이 '우리의 뇌를 행복하게' 하는가에 가장 큰 가치를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공지능에게 자율성을 빼앗기고,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하며, 인간이 더욱 고립된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쏟아져 나온 인공지능 관련 서적들 사이에서, 이 책은 기술 자체의 발전 방향보다는 '인간의 행복'이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에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는 메시지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평]행복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