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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별 마실 May 06. 2024

[ 관계 ] 인맥

인맥부자

 주변에 보면 소위 '인맥부자'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연락이 가능한 인맥이 사방에 깔려있는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이다. '혹시 A사에 영업을 하려는데 아는 인맥 있나요?'. '아! A사?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있지~'. 즉시 전화를 걸어 형님 아우를 호명 하며 금방 일이 성사될 것 같다.



인맥부자는 많은 노력의 결과


 그런 인맥부자와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다. 그런 인맥을 기반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가정을 돌보지 못했다는 자조 섞인 하소연이다. 이런 사람들은 남의 애경사는 꼭 챙긴다. 애경사의 당사자야 찾아주고 위로나 축하해 주니 더없이 감사하다. 하지만 찾아다니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알고 지내는 인맥의 애경사도 챙겨야 하니 정작 자신의 가족을 돌볼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인맥부자는 광폭의 인맥을 유지하기 위해 물질적, 정신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런 노력에 존경심 마저 생긴다.



인위적으로 인맥을 만드는 사회


 광폭의 인맥을 바탕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능력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인맥을 확장해 두려는 것은 언젠가 필요할 모르니 여러 분야의 사람을 사귀어 두자는 것이 큰 이유이다.

일부러 인맥을 만들려는 노력을 한다. ○○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신문사 리더십과정 등 등 인맥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시스템들을 경쟁적으로 생산해 낸다.

이런 모임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 있다. 모임의 명칭은 다르지만 같은 사람들을 다른 모임에서 다시 만나는 경우가 잦다. 같은 부류의 사람들끼리 이곳저곳에서 서로 마주친다. 유유상종 사교클럽이 되는 샘이다. 나도 잠시 이런 모임에 쫓아다니면서 같은 경험을 하였다.

이런 인맥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분류한 '쓸모 있는 우정", "즐거운 우정", "고귀한 우정" 중에서 본질적인 가치보다는 효용적인 가치가 우선인 "쓸모 있는 우정"에 해당한다. 이런 인맥은 주로 직업적인 효용성을 추가하며 서로 혜택이 있음을 전제로 유지되는 관계이다.

 


인위적 인맥을 유지하는 요소


 비즈니스 목적의 인맥은 직위와 돈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경향이 크다.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지기 위해 가진 자 주위에 모여든다. 가진 자는 더 많이 갖기 위해 필요하고 가지지 못한 자는 가지기 위해 인맥이 필요하다. 가진 것을 늘리거나 가지기 위한 과정에서 서로의 필요를 해결해 준다. 비즈니스 관계에서 필요한 인맥의 형성 원리이다.


 직위의 영향력이 클수록 인맥의 유인력이 크다. 인허가나 사업자금과 관련된 기관의 직위가 특히 그렇다. 직위가 있어야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요구 사항들을 충족시키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직위는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하는 때가 온다. 직위를 떠나서도 이해관계를 넘어 진정성 있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직위를 떠나면 연락이 끊기는 모습은 너무도 흔하다. 그래서 일정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외형적인 관계를 지속하고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현재 직위의 수명이 다하면 인맥을 활용하여 다른 직위를 얻기 위한 직위의 디딤돌을 반복적으로 이동한다.


 돈은 인맥 형성의 유인력이 가장 큰 요소이다. 가진 자는 부의 유지 및 확대를 위해 인맥을 형성한다. 덜 가진 자는 더 가지기 위해 인맥에 합류한다. 돈을 기반으로 한 활용가치가 있는 한 관계는 유지된다. 하지만 부의 균열이 생겨 활용가치가 떨어지면 인맥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덜 가진 자가 떠나기 쉬울뿐더러 예전에 가졌던 사람 스스로도 나서기 어렵다.



진정한 내면의 관계


 비즈니스 측면의 인맥 유지의 필요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가 운영되는 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목적의 인맥에서는 왠지 손해 본 것 같고 상처도 남는다. 내면적인 관계 형성에 부족하고 외로운 느낌이다.

진심으로 나의 잘됨에 기뻐하고 나의 슬픔에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진정한 인맥이다. 필요보다는 사람 자체에 끌리는 관계라야 가능하다. 이젠 인위적인 인맥 유지를 위해 정신적, 물질적 투자의 상당량 줄일 필요가 있다.

필요가 전제로 하는 소란스러운 관계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우주의 중심인 내가 보인다. 

비로소 진정한 내면의 소통이 이뤄지는 관계가 남는다.


새로운 인연 만들려고 이리저리 뛰지 않고,

불편한 관계 되돌려 보려 마음 졸이지 않으며

떠나려는 사람 잡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이제야 홀연히 보인다,

항상 조용히 곁에 있어왔던 소중한 인연들이.


필요에 의해 형성된 관계의 외형을 걷어 내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거나 같은 관심사를 나눌 몇 사람이 더 소중해진다.




[사진 : 모네, 푸르빌의 절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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