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고합니다]
1. 작가님 개인의 브런치의 글은 1)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는 글, 2) 매거진에 속하는 글 그리고 3) (연재) 브런치북에 속하는 글로 나뉩니다. 특별한 발간 전략을 가지지 않는 한 대부분의 경우 글은 1, 2, 3의 순서로 소속을 바꿔갈 것입니다.
2. 즉 이미 초고가 준비되어 있거나 글 작성의 방향성 등에 대한 기획이 잘 되어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글은 처음부터 맥락에 맞게 순서대로 작성되지 않습니다.
3. 이런저런 생각의 단편을 하나의 글로 먼저 정리하고, 그 글들이 뭉쳐 하나의 맥락을 이루고 나면 비로소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거나 쪼개어서 글의 뭉치로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이때 매거진이 글을 묶는 도구가 됩니다.
4. 다시 말해 글이 모여 하나의 뭉치를 이룬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브런치북으로 묶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것입니다. 정교한 계획이 없이 글을 작성했다면 글과 글의 맥락이 잘 들어맞지 않거나 글의 어투가 통일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5. 따라서 매거진으로 모인 글이 (연재) 브런치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글의 순서를 다시 정리하고, 글을 퇴고해서 어투를 통일하고, 맥락이 약한 부분을 보충할 글의 작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매거진은 이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매거진에 있는 글의 순서는 매거진에 옮겨진(또는 발행된) 순서로 고정되기 때문입니다.
6. 매거진의 글 순서를 임의로 정리하지 못하는 상황은 두 가지 문제를 낳습니다.
1) 작가의 측면: 맥락을 보충하기 위한 글을 기존의 글과 글 사이에 넣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브런치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순서 조정이라는 과정이 따로 필요해지고 이때서야 추가적인 글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만듭니다. 브런치북 발간 시에 글의 추가 작성이 필요해지면 발간의 직접적인 부담이 됩니다. 이는 (연재) 브런치북 발간을 독려하는 브런치팀의 의도에 반하는 결과를 만듭니다.
2) 독자의 측면: 특히 새로 유입되거나 매거진의 기존 맥락을 되짚어 보고자 하는 독자에게 인지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작가조차 맥락 파악이 힘든데 독자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게 과도한 인지 부하가 됩니다. 이는 매거진을 분리하거나 통합할 때 특히 심각한 악영향을 줍니다.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매거진의 내용 파악을 어렵게 만들어 구독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춥니다.
7. 따라서 매거진의 글목록에서 순서를 작가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글이 보이는 순서는 작가가 배열한 순서의 오름차순, 내림차순이면 충분합니다. 매거진에서는 글의 발행일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따로 발행일 순으로 보여주는 선택지를 주면 됩니다.
8. 물론 기존 독자의 입장에서 매거진의 중간에 새 글이 삽입되면 읽지 않은 글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지만 이것은 매거진이 아니라 전체 글의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와 더불어 읽은 글이 표시가 되는 기능이 좀 생겼으면 합니다. 그러면 매거진만 따로 보더라도 중간에 새로 삽입된 글을 확인하기 쉬워질 것입니다.
9.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님들 중에는 매거진의 글마다 번호를 매기거나 매거진의 글을 하나하나 이동시켜 가며 글을 정리하는 분도 계십니다만 글이 많이 쌓일수록 이 과정 자체가 커다란 부담이 됩니다. 특히 매거진의 분리/통합이 있을 때에는 시간의 소요가 지나쳐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됩니다.
10. 부디 이 제안이 반영되어 1) 우연한 유입이 구독으로 전환될 기회를 늘리고, 2) 더 많은 글이 매거진에서 브런치북으로 체계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강하게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