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탐하다 / 소설 · 에세이
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에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람에게서,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글에서.
수영과 글쓰기는 나에게 비슷하다.
숨이 턱 막히기 직전 스스로 밖으로 뱉어내는 하나의 마음 덩어리. 글을 써 보자. 그 마음 덩어리를 한 번 꺼내어 보자.
볼품없는 문장, 빼곡하게 채워진 종이. 더러워진 오른쪽 손날. 나는 내가 가진 글자들에게 좋은 옷을 입혀주지는 못한다. 그래도 그것들을 누구보다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다. 오래오래 곁에 두고 계속해서 바라보는 것. 나는 그런 것들이 좋다. 화려해서 가지지 못한 것들보다는 꾸며지지 않아도 내가 가장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
글을 쓰는 것도 똑같다. 그저 오래도록 바라봐 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끔은 글을 쓰는 것이 힘들어지는 날이 찾아온다. 그런 날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 글자들조차 쳐다보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든다. 글이 나에게서 멀어지는 날들. 글자들이 내 눈가에 내 손가에 닿지 않는 날들. 내가 그것들을 놓아버리는 날들. 그런 날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것들이 없으면 내 눈은 누구를 좇고, 내 손은 어디로 닿아야 할지.
그럴 땐, 마치 어릴 적 수영장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그 자리에 아직도 혼자 허우적대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1.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 항상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 때마다, 흰 백지를 마주할 때마다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이 하얀 백지를 나의 언어로 채워 넣는 설렘. 그와 동시에 찾아오는 막막함. 대부분의 경우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2.
그럼에도 매번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켜고, 휴대폰 메모장을 연다. 가끔은 연필을 잡기도 하고, 백색 다이어리를 펼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매번 감탄하는 문장을 모으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을 옮겨 놓기도 하고, 때론 갑자기 나의 마음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을 끄적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하루의 모든 시간이 좋아하는 문장들로 가득 차게 될지도 모르니까.
3.
그런 경우가 있다. 뭘 쓸지 몰라서 아무 문장이나, 단어들을 나열하다 보면 어느 순간, 와르르 좋은 문장들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그저 평소에 글을 자주 접했기에 나도 모르는 새 문장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렇게 나온 문장들이 아주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새벽 감성에 젖어 쓴 편지 같은 느낌이다. 너무나 쉽게 써지기에 감탄하며 써 내려가지만, 다음날 일어나서 보면, 오글거리기도 부끄럽기도 한 그런 글 말이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좋은 문장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즐거움에 글을 계속 쓰는 것이 아닐까. 나도 모르는 습관들이 나의 규칙적인 글쓰기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니까.
익사
'이제'는 물 공포증이 있다. 물을 무서워한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나를 집어삼킬까 봐, 그 투명한 액체 속에서 영영 나오지 못하게 될까 봐.
숨이 턱 막히기 직전, 스스로 밖으로 뱉어내는 하나의 마음 덩어리.
볼품없는 문장. 빼곡하게 채워진 종이. 더러워진 오른쪽 손날. '이제'는 자신이 가진 글자들에게 예쁜 옷을 입혀주지 못한다. 그래도 그것들을 누구보다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다. 오래오래 곁에 두고 계속해서 바라보는 것. 나는 그런 것들이 좋다. 화려해서 가지지 못한 것들보다는 꾸며지지 않아도 '이제'를 가장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
글을 쓰는 것도 똑같다. 그저 오래도록 바라봐 주면 된다.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 글자들조차 지치는 날이 찾아오기도 한다. 글이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날들. 글자들이 내 눈가에 내 손가에 닿지 않는 날들. 내가 그것들을 놓아버리는 날들. 그런 날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것들이 없으면 우리의 눈은 누구를 좇고, 우리의 손은 어디로 닿아야 할지.
그럼에도 여전히 '이제'는 내 활자 속에 잠겨 죽어버리고 싶다. 글을 쓰면서 펑펑 울어버리고 싶다. 눈물과 활자가 어지럽게 뒤섞인 바다를 만들어내면서. 그러다 쏟아낸 활자들이 또다시 목을 조를 때, 결국 깨닫는다. '이제'는 그 물속에서는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