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도구들 후기 2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미루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무언가 시작하려고 할 때에는 큰 노력이 필요했다. 여전히 그렇다. 과제를 하는 것, 책을 읽는 것, 운동을 하는 것,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의지가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도, 의지도 생기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럴 것이다. 책을 읽을 이유도, 무언가를 해낼 목표도 없었기에 노력이라는 에너지를 어디에다 써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좋아하는 것이 없어서,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무슨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세상을 재미있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도, 보여주지도 않았다. 19살까지는 학교가 답답해서 지겨워죽겠다는 생각뿐이었다. 21살까지는 내 인생은 망했다며 우울하기만 했다. 25살까지는 내내 과제와 학교에 휩쓸려 살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헛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속에서 글을 쓰는 법을 익혔고, 열심히는 아니었지만, 자잘한 기술들을 습득하기도 했다. 마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아이템들을 쥐여주듯, 얕게라도 배운 것들이 많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뭐든 싫증을 잘 내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뭐든 가볍고 빠르게 습득하는 능력이 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모든 것을 다 날림으로 해치워버리는 나를 걱정했다. 무언가 정확하게 제대로 하는 것이 없고, 눈치가 빨리 겉으로만 훑어버리고 파악이 끝나면, 더 이상 쳐다보지 않는 안 좋은 습관을 가진 채로 자랐다.
하지만, 요즘은 하고 싶은 것들이 점차 명확해진다. 이런 마음이 드니까 뭐든 정확하고 제대로 된 것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상상해 나간다. 그 불투명했던 상상이 점차 짙어지는 기분이 든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일과 뜻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그런 행운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으며,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빠르게 다가온다.
말콤 글래드웰은 우리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당신이 낮에 들은 것, 경험한 것, 생각한 것, 계획한 것, 뭔가 실행에 옮긴 것들 가운데 새벽 한 시가 됐는데도 여전히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것이 있는가? 그것이 당신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줄 것이다. 나아가 그것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하고 당신을 반박해 줄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을 제외한 모든 말은 다 헛소리다.” 타이탄의 도구들 중 p.168
내가 지금 듣고 있는 것, 경험하고 있는 것, 생각하고 있는 것, 계획하고 있는 것, 뭔가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 밤새 그 주제로 떠들 수 있을만한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런 것들은 정말로 멀리 있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가까이에, 내 옆에 있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주변의 친구들 중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유튜브, 연예인, 인스타그램 따위의 것들이 아닌 더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자아를 위해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나 역시 도파민에 중독된 요즘 20대의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연예인을 좋아하고, 숏폼에 중독되었고, 유튜브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한 사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들에서만 재미를 찾는 것이, 모니터 속에서만 재미를 느끼는 것이, 과연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좀 더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렇게 취미 부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일부러 찾아 나섰다. 그리고 습관을 들이는 연습을 했다.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기도 하지만, 금방 싫증을 내는 내 성격엔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다.
영화, 여행, 뜨개질, 글쓰기, 블로그, 브런치, 책 읽기, 스마트 스토어, 크몽 등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것들에 다 도전해 보았다. 그러면서 느꼈다. 취미를 찾고, 꾸준히 하는 것도 용기라는 사실을. 새로운 일을 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고, 그런 여유를 가질 수도 없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것들이 없다면, 우리는 세상을 끊임없이 지루하게 살아갈 것이다. 무언가 무기력하거나, 지루할 땐, 취미를 만들어 보자. 어쩌면 살아가는 것이 몇십 배는 즐거워질 것이다.
혼자가 힘들면, 친구와 함께 시작하면 된다. 내가 매일 친구와 30분 책을 읽고 인증을 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숙제처럼 느껴지다가도 딱 5일이 지나는 순간 그 일은 더 이상 미루고 싶은 골칫거리가 아닌, 재미가 될 것이다. 그러면 어느새 책을 읽는 것이 흥미로워지고, 출퇴근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 되면 책을 찾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 그러면 나는 취미가 책을 읽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각자의 성공 열쇠를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