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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별 Dec 31. 2020

생경함에서 몰입으로,
넷플릭스 <남부의 여왕>

처음 접한 스페인 문학에 빠지다

(* 이 글은 작품의 전반적인 배경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룹니다. 약간의 스포는 프리뷰 수준입니다~^^)


생경함과 익숙함 사이

# 스페인과 멕시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감정상태나 시청 의도에 따라 작품의 장르나 주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 없이 그냥 편하게 즐기려 할 때는 개인적으로 액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다. 액션 자체가 목적이 될 때 해소에 대한 만족감이 클 때가 많고, 때로 그 이상의 것들을 얻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남부의 여왕>이 그런 작품이었고, 초반 한두 편을 보면서는 진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보면서 점점 뭔가 좀 다른 느낌적인 느낌을 받는다. 아주 막 신나는 것도 유쾌한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무거운 것 같은데 우울하지는 않은 게 좀 낯설다. 이상하게 끌리고,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된다.(ㅎ참나..)


왜 그런지 정리해봤다. 일단, <남부의 여왕>은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 불리는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소설((La) reina del sur)을 원작으로 한다. 이건 모를 수가 없는 게, 스페인의 김수환무 거북이와 두루미(같은 11글자) 작가님의 이름이, 매회 영상 초반에 항상 소개 자막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확인해보시길~!ㅎ


재미있는 건, '스페인' 작가가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썼고, 이게 미드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멕시코가 스페인어를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그런 설정 자체가 개인적인 흥미를 유발한다. 나아가, 모든 대륙 몇십 개국 여행을 다녀봤지만, 스페인과 멕시코 두 나라는 못 가봤다는 것이 구미를 당겼다(유럽은 몇 번 갔는데 가고 싶었던 스페인은 못 감, 아놔.. 그래도 남미 국가 중 브라질은 가봤네.. 어쩌라는ㅡㅡ). 스페인은 요리나 하숙 관련 아는 정도, 멕시코는 죽은 자들의 날을 소재로 하는 <코코> 관련 아는 정도? ㅋㅋ

  

문화는 낯설고, 유명하거나 익숙한 배우도 없다. 그래서일까, 더 도전적이고 매력적이다.

오히려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마약, 조직, 카르텔, 총과 액션 등의 소재들은 익숙하다. (머지?ㅋ

미국 남쪽 국경 근처의 도시들과 인디언 보호구역, 그 아래 멕시코, 그리고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을 배경으로 하는 '남부'의 이야기, 그리고 다소 생소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여왕'의 이야기. 어떤 이야기일까?


뭐지 싶은 이 생경한 익숙함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살아남아야 한다


# 세상에 던져진 사람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과 저 포함, 세상의 모든 인간은 동의 없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들이다.

출생 연도, 부모, 피부색, 머리카락(모양/숱/굵기ㅋ), 얼굴크기, 나라와 도시, 키와 체형, 목소리, 눈과 눈동자의 모양, 뭐 하나 내 맘대로 태어나지지 않는다. 내가 원해서 이렇게 사는 건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멕시코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할렘에서 화폐 환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인공 '테레사', 멕시코와 미국 등을 오가며 마약 운반책 역할을 하고 있는 마약 카르텔의 조직원 '구에로', 둘은 사랑에 빠지고 연인이 되지만, 얼마 못가 구에로는 죽고 테레사에게는 그가 준 의문의 '낡은 수첩'만 남는다. 이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생사를 넘나들며 마약계(?)에서 '남부의 여왕'이 되어간다는 현대판 전설.


사실, 아무리 주인공이라도 마약밀매 조직의 두목이라는 역할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런데, 그것이 적법한 사업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면? 부조리하고 악한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처절한 실존의 문제가 걸려있다면? 우리는 과연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입장 바꿔서 '내가 그런 처지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는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원죄'를 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입장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감동을 준다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감정선을 따라가며 공감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팍팍한 세상(어머니는 폭폭이라 하셨다. 기차 폭폭? 죄송..!) 속에서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한 인간의 이야기, 나쁜 놈이지만 더 나쁜 놈들과 싸우며 최악은 피하려 노력하며 분투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 참고 또 참지만 가족을 건드렸을 땐 참지 않는 인간적인 인간의 이야기가 뭔지 모를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해 준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그들이 생존 방식,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 어떤 것도 그들의 죄는 아니다.





누가 진정한 여왕인가


# 두 여왕의 이야기   


<남부의 여왕>엔, 제목에서 대놓고 말하고 있듯, 왕은 없고 여왕만 있다. 그것도 둘씩이나. (사견입니다^^;)

작품 초반 멕시코 카르텔의 여왕은 '카밀라'다. 욕망, 능력, 스케일, 치밀한 계획과 정치,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그녀의 열정은 뜨겁다 못해 무섭다. 이야기가 흐르면서 밑바닥에 있던 '테레사'가 조금씩 올라온다. 같은 일을 할지언정 '사람과 생명', '가치와 기준'은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녀는 어떻게 여왕이 되어갈까?


생존을 위해 살아남아야 하는 건 똑같다. 모진 세상 속에서 '힘'을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두 여왕의 이야기, 그 행간에는 돈과 권력 외에도 의리, 배신, 가족, 사랑, 복잡한 우리네 인간사의 이야기들이 얽혀있다. 결국 화면 속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관전 포인트 한두 개 더 : <왕좌의 게임>을 보면서 느꼈던 묘한 매력이 여기에도 있다. 주인공인 줄 알았던 인물이 죽는다. 잔인한 장면도 나온다. 그래서 청불. 중요한 건, 인간의 실존이 그대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또,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씁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금씩 사는 날이 늘다보니 무슨 말인진 알겠지만, 그래도 예전에 들었던 말이 아직도 아프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사람을 두라'는 말. 그래도 위로가 되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지킬 이를 지키는 이가 있다는 것이다..!


'아픈 현실'의 소재 속에서, '인간'의 내면과 가치를 담아내며, 한 존재의 성장 스토리를 멋진 서사로 풀어내는, 생경하지만 친해지고 싶은 작품 <남부의 여왕>. 호불호가 나뉠 수 있지만, '호'이시길 기원하며~!ㅎ




뭔가 보고는 싶은데 결장(결정장애는 짜장 OR 짬뽕이지.. 머래) 상태일 때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작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입견 없이 다른 세상을 경험해보기 원하시는 분이라면 강추합니다~!ㅎ


즐감상 & HAPPY NEW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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