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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카레

Slow down

by 진주현

카레는 하루 묵혀두면 더 맛있다는 말이 있다.

과학적인 근거의 반과 마음의 플라시보 효과의 반이 섞인듯한 얘기다.

어제도 이미 과거.

하루치의 시간.

오늘, 이라는 현재에 떠먹는 짧은 노스탤지아.

지금 내 마음이 요란해서일까.

실망스러운 부스러기들이 어쩐지 시간의 힘을 빌기에는 자꾸 확고해져가는 진한색의 고형 카레 같아서 그럴까.

사소해 보이는 일들, 서로 다르기에 부딪히는 공기 속의 미묘한 마찰들, 알면서도 고개를 우선 완전히 돌리지는 않는 허망한 유지.

내가 아무리 유연하려고 마음을 길게 늘려도 차가운 말투 하나에 연약하게 끊어지고.

상대방이 아무리 무뚝뚝해도 심정을 알 수 있다면

그 선은 간신히 다시 이어질 수도 있다.

나는 글을 쓸 때만 예민하고 싶다.

스스로 말해본다.

그냥 그러려니 해.

그런데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러려니, 가 힘을 잃는다.

그건 내식으로는 꽤 많이 참았다는 의미다.

나는 참을성은 꽤 있는 편이다.

그래서 늘 목 안이 묵직하다. 그 묵직함이 소리가 되어 나오면 스스로도 이제 모른다, 한다.

어제의 카레 정도면 딱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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