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에게 천사이자 악마였고 서로의 몸을 연주하는 오르간이었다. 오르간의 울림은 다음 음이 시작돼도 마치 코러스처럼 남아 긴 잔향을 다 사용하고야 잠잠해졌다. 절정에 이를 때면 우리는 더없이 사악해져 손깍지 속 모든 뼈가 부서져도 상관없어졌다. 도파민이 만들어낸 흥분으로 신경이 날뛰고 세로토닌이 불안을 걷어내며 막춤을 추고 에스트로겐이 확장되어 교태를 부리며 그의 테스토스테론이 지닌 보호 본능을 툭툭, 건드린다. 죽음의 칼을 앞에 둔 무희의 마지막 춤처럼, 자아를 잃어버리는 일이 생의 최고의 목적이었던 것처럼, 정체성 따위에서 벗어나 서로를 안고 할퀴고 손으로 만져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민낯의 치열한 눈빛으로 지치지 말라고 서로를 북둗고 다그치며 호르몬의 분비가 조금이라도 감소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용서의 기준을 허물고 은밀한 비밀을 오직 둘이 생산해낸다. 말이 필요 없는 세상 속에서 단말마의 무수한 모스 부호처럼 모든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은 눈을 질끈 감을수록 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