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에서 작가가 되기까지

고백,

by 진주현

대학 시절 3학년 때부터 20대의 몇 년은 연극판에서 보냈고 서른이 갓 넘어 직장 생활을 몇 년 하다가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것마저 다 관둬버렸다.

지켜야 할 존재가 나이를 들어 큰 수술을 하고 그때의 눈앞이 하얗던 순간은 여전히 생생하고 두렵다. 시간은 늘어지고 나는 마치 죽은 것 같았다.

온 치아를 발치하고 사료를 불려 하나씩 목에 넘겨주며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괜찮아, 였다.

그리고 매일 울었다. 비가 내리는 공원에서, 화장실에서, 그리고 속으로.

나의 목숨보다 더 중요했던 나의 아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 천국에 있다. 작은 아이의 뼛가루는 감기약 두봉지 정도였다. 땅에 묻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과 아늑한 근처의 산을 찾아 바람에 뿌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한 달 반 정도를 아무것도 삼키지 못해 결국 몸무게가 28kg이 되었다. 살고 싶지 않았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밤과 낮의 구분도 모두 사라졌다. 그냥 소파에 앉아 있기도 힘든 몸이 되었고 속옷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 와중에 미리 수강 신청을 해놓았던 가사 학원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월요일 8시에서 9시 반 정도의 16번의 과정이었다. 집에서 먼 충무로였다.

거의 5년 가까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던 삐쩍 마른 내게 그 일은 어마한 일 같았다.

첫 수업 때, 기본 사항을 적는데 공황이 발작했다.

손이 덜덜 떨려서 내 이메일을 적을 수가 없었다.

모르는 30 명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당황하고 또 절망했다. 삐뚤거리는 글자로 간신히 작성을 하고 정말 포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 4개월의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행했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의 수업도 이수했다.

가끔씩은 떠올린다. 그때 내가 포기를 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워낙 책을 좋아했다. 눈만 뜨면 손에 책을 잡았고 심할 때는 글자가 없으면 불안하기도 했다.

그저 절망감과 상실에 그 전에 써놓았던 글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작가가 되려거나 책이 나오거나 그럴 작정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저 썼다. 그저.

그러다 어느 날 밤, 내 글이 가여워졌다. 숨을 쉬고 싶어한다고 말을 걸었다.

그런 마음이 행동을 하고 첫 책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세 권의 소설을, 내 책들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작정하고 글을 쓴다. 책으로 나올 것을 믿으며.

달라지지 않는 건 하나.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것들, 혹은 내가 아는 것들에 대해 파고들 뿐이다. 잘 팔릴 책을 어떻게 쓸 수도 있지만 체질이 아니다. 타인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나대로 가는 주의다.

이런 나의 글도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다.

글을 어떻게 잘 쓸 수 있는지 나는 모론다.

개인적인 디엠이 오면 최대한 답하지만 나도 글을 쓰는 법을 배운 적은 없다.

그저 무수히 많은 문장들을 버리고 스스로 깨달은 것 뿐.

멋져 보이거나 그럴듯한 문장을 모방하는 것이 시작이 아니길 바랄 뿐.

그건 답이 없다. 서툴고 어색해도 자신만의 문장을, 단어를, 공기를 간직한 글을 나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