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다는 것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 라는 타입은 좀 아니고 빈 말은 싫어하고, 그러면서도 칭찬에는 약한 편이고.
실은 아주 유연한 인간이 되기는 글렀다는 건 내 자신이 잘 알고있다. 뾰족한 면도 많고 참다가 결국 터지면 정말 끝이다.
나의 유연과 집요한 집중은 이제 글을 쓸 때만 사용하기로 된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예쁜 마음들에게는 다정하겠지만.
글에서의 유연은 상상력의 확대이다. 나와 다른 타인을 만드는 일.
처음 소설을 쓸 때는 캐릭터들이 모두 별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꿈꾸는 인간관계를 나도 모르게 미화시켜 쓰고 있었다.
지금은 어떨까. 악인에 대해 파고들고 싶지 않은 심정도 있지만 인간 속에 있는, 그리고 내 깊숙한 곳에 있지만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순식간인 그런 감정으로 하나의 인물을 만들 수 있다.
무수하게 버렸던 문장들, 여전히 가지고 있는 출간되지 않은 어떤 이야기들, 비밀로 남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속내들.
집중은 즐겁다. 나 자신이면서 나를 잊을 수 있다. 관음이 아닌 관찰 같아서. 어쩐지 면죄부를 얻은 것 같이.
이번 소설은 또 조금 어두울 전망이지만 그 속에 진실을 찾아 나서는 것에는 빛이 깃들기를 조심스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