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되돌아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살아간다는 것에 늘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태어난 이유와 타고난 기질과 그로인해 스스로를 괴롭혔던 무수한 감정들에 대해. 재능이 없음을 한탄하고 집안의 엄격에 서글퍼지고 늘 막연한 자유를 동경했다.
불 같은 기질과 물의 기질을 비슷하게 가져 어디에도 속하기 어려운 난해한 인간이 종종 되고 커다란 일들이 몇 번 나를 휩쓸자 혼자임을 자청하고 그 와중에 얻은 지병으로 나는 F329, 가 되었다.
내 곁의 누군가가 보는 세상이 아름답기만을 바라고 그렇다면 나도 같이 그럴 수 있었다.
혼자 남은 날들은 뿌연 입김이 서린 거울 같다.
강해서 버틴게 아니라 어쩔줄 모르며 그저 생존했다.
그리고 내게 온 것들을 움켜잡으며 처음으로 철저하게 집중했다. 생의 그래프를 떠올려보면
직선이나 완만한 곡선보다는 시뻘건 줄들이 마치 롤러코스터 같다.
나는 그럴 그릇이 될 수 없어요.
이 모든 자잘한 고통을 더는 받아내기 어려워요.
허공에 대고 수만번을 말해도 소용 없다.
숨이 갑자기 쉬어지지 않는 순간들. 글이 막혀 울적해지는 순간들.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내다보니 몇 마디의 말도 힘이 드는 순간들.
그래도.
감사해야지.
그래도.
또 일어서야지.
무너져도 달라질 거 하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