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듯 보여도 자신의 일을 할 때는 눈빛이 확 바뀌는, 무표정이었다가 지긋이 웃는 눈가, 자신의 속내를 내놓고도 고고한 심지, 약한 존재에는 약하고 강자임을 자청하는 나르시시스트들에게는 더없이 강도를 높이는 태도, 쓸데없는 시기나 질투 따위는 없는 사람들, 타인의 약점을 이용할 생각조차 못 하는 투명한 영혼, 바흐의 샤콘느를 듣는 청각, 묵묵하게 생 속에서 자신을 관찰하는 속내, 새벽과 깊은 저녁이 닮았다는 것을 이미 알아차린 마음, 슬픔의 지옥을 업신여기지 않는 절절한 애도. 나에게 매력적인 것들. 그것들의 진한 목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