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야 혼자 쓰면 되지만 다른 작업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너무나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예의. 그러니까 양심, 이다.
내게 필요한 것을 원하고 내가 해냈던 것들.
전조는 이미 경험했지만 내 꿈 탓에 또 이용되어 지고 말았던 것. 그 책임의 반은 내 몫임을 알고 있다.
의논 하나 없이 마음대로 자신의 능력을 부각시키고 싶은 그 욕심에는 이제 고개를 돌린지 오래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그렇게 살아왔으니.
내가 얼마나 고군분투를 했는지, 집중을 위해 벌벌 떨었는지, 비상 신경제들을 급히 삼켰는지.
누군가는 내게 물어볼 것이다.
왜 말을 하지 그랬어?
하지만 나는 그냥 침묵한다.
말을 해도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그걸 아는 인간이라면 애초부터 그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 버려진 양심은 본인이 아닌 내가 보는 요상한 감정이 발생한다. 우스운 일이다.
무언가를 같이 해내면 같이 기뻐야하지 않을까.
서로를 칭찬하고 웃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지극하게 당연한 것들을.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차라리 혼잣말을 하는 편이 낫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든 따졌을텐데 그것도 시시하다.
계속 그렇게 살길.
나는 이제 공짜로 일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