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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 Jul 17. 2017

1. 퇴사

자발적 백수

퇴사 날짜가 2017년 6월 30일이니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회사에 다닐 때도 그다지 시간에 얽매이진 않았는데 더 자유로워졌다. 자유로워졌다? 어떤 제약도 없이 마음껏 휘져을 수 있는 해방감표현하는 말 아니던가. 지난 일주일은 자유로웠나? 결단코 아니었다.


일을 그만둔다고 결정을 내린 것은 5월 중순이었다. 5월의 어느 주말, 13년 지기의 집에 오랜만에 놀러 갔다. 서로의 집을 가려면 3시간이나 걸리는 데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꼬박 만났으니 자주 보는 친구였다. 만나자는 연락은 거의 내쪽에서 먼저 했다. 서로의 애정도가 어떤지는 몰라도, 나는 보고 싶으면 만나야 성이 풀리는 인간이었다. 그랬던 내가 세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내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날짜가 벌써 그렇게 됐나 되짚었다. 장미 구경 갔던 것이 지난주인데 겨울이 갔는지, 봄이 왔는지 알지 못했다. 식물은 보고 싶었어도 사람들은 보고싶지 않았다. 단짝 친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락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이 친구가 먼저 연락을 했고 그제야 만났다.


"너 무슨 일 있지? 말해봐."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술을 가볍게 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자 친구가 물었다. 소파 가장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겨우 입을 뗐다. 한번 입을 떼자 말이 봇물처럼 터졌고 눈물도 덩달아 터졌다. 휴지를 챙겨주며 미련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친구가 말했다.


"너 당장 떠나. 일 다 그만둬."

"그치? 그래야 할 거 같지?"

"너 집 가면 아무것도 못해. 내가 지금 비행기표 끊어줄게."

"아냐 아냐, 진짜 할게. 내가 할게."


월요일. 회사에 퇴사한다 알렸다. '갑자기 왜?'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저 제주도 가서 살게 됐어요.' 장래희망을 이미 벌어진 일인 양 말했다. 앞으로 갈 생각이니까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라고 자기 위로를 하며. 상사들과 동료들이 아쉬어하면서도 응원해줬다. 좋은 일로 가는 거니까 붙잡지는 않겠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바람에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새 직장은 어디인지, 집은 구했는지, 비행기 날짜는 언제인지, 혼자 사는지.. 두리뭉실 대답하면서도 진실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볍게 알고 있는 편이 그분들에게도 나에게도 편하다.


퇴사일을 앞두고 상사들이 하는 농담-그쪽 회사에 출근 못한다고 전화해라, 제주도에서 망하면 다시 와라 등등-을 들을 때마다 바른대로 다 털어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냥 다시 출근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마음속을 깊숙이 파고들어 진짜 마음은 뭐지? 물어보면 대답은 하나였다. 그만두는 것이 맞다. 이 생활을 청산하는 것이 맞다. 잠시는 후회할 수 있어도 전체 인생을 놓고 봤을 때는 아니다. 살기 위해서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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