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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는 지도

by 문장 수집가

"힘들고 슬펐던 너를 위해 길을 잃지 않도록 우리가 너의 지도가 되어줄게. 모월 모일 접선하자"


아버지를 여의고 휘청거리는 나를 위해 친구들이 함께 보내주기로 약속한 그날이 왔다.


바로 지금 그 시간이 흐르고 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오밀조밀하게 다가온다.


각자 모양새대로 재잘재잘거리는 친구들과

'여기 별로다.'

' 여긴 의자가 맘에 안 드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식당을 패스하고 결국 만장일치로 입장을 한 식당은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에 맞춰서 본격적인 몸풀이를 시작 직전이었다.


우선 소고기로 1차전을 시작했다.


종업원의 손에서 우리 테이블로 옮겨진 파채에서 올라오는 들기름 냄새때문이었을까?


깨밭에서 밭 고랑 사이 사이를 누비며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기억속으로 마음의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고기 먹어"라고 말하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데리고 나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식당 안이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고기를 다 구워 먹기도 전에 옆 테이블의 목소리들이 우르르 우리 자리를 침범해 들어온다.


우리의 말과 옆 사람들의 말들이 섞이고

고기 굽는 냄새가 섞이고

종업원들의 발걸음이 섞이고

건배하는 술잔의 손놀림도 섞이고

식당안의 소음도 섞이고 여갔다.


그 분위기를 따라서

식당의 소음도

술잔에 가득 담아 마셨더니

나도 친구들도 소음의 일부가 돼버렸다.


아 정말 행복한 소음이다.


너희들.덕분에 너무도 귀한 대접을 받는것 같구나.


사랑한다. 친구들아.


드라이한 성격탓에 말로는 못하는

나를 이해해주렴.


너희들 말대로

우울과 슬픔속에서 낙오 되지 않도록

이곳에 새겨놓은 너희들의

마음속 지도를

매일 매일 들여다 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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