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의 글을
읽어줄까 하는 생각을
쓸데없이 많이 하지 말자.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쓸데없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누군가의
눈과 마음에 내 글이 닿지 못하여
도태되더라도
즐기자
그리고
마음껏 행복한 쓰레기를 만들어 보자.
하루의 대부분을 아파트 주변의 꽃들에게 마음을 내어주고 멍 때리며 보내고 있는 중이다.
아기 젖니 같은 개나리
노란 물감을 뿌려 놓은 산수유
흰색 날개를 겹겹이 두른 고귀한 자태의 목련
바람에 나풀나풀 춤을 추면서
이리저리
놀러 다니다가
내 손등 위로 살짝 내려앉는 벚꽃잎들
'그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즐겁다'라고
자신 있게 글의 문을 열고 싶다.
사실은 내가 온종일 그렇게 그들 옆에서 지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순전히 글을 얻어보겠다는 나의 사심을 채우기 위한 발걸음이다. 그렇지만 매번 실패만 거듭하는 중이다. 왜냐면 꽃구경에 빠져서 매일매일 다른 언어를 들려주고 있는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겨우 건져 올린 문장들은 질서를 잡지 못하고 제멋대로 자리를 이탈하고 매번 백지만을 손에 들고 집에 돌아올 뿐이다. 억지로 해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멍만 때리다 오는 게 전부일 뿐이지만 집에 돌아와 보면 꽃잎들 너대섯 녀석은 꼭 내 몸 어딘가에 숨어서 따라 들어오곤 한다. 평상시 같았으면 쓰리기 통에 버리고도 남았지만 오늘은 그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유리잔에 물을 채우고 꽃잎들을 떼어서 조심스레 넣어 주었다. 작은 벚꽃 한그루가 들어와 앉아있는 것 같다. 그냥 바라만 보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향기를 얻으려 코를 박고 킁킁거려보기도 하고, 손으로 콕콕 찔러도 보고, 입김으로 후후 불어서 빙글빙글 돌려도 보았다. 귀찮게 구는 나에게 대접이 뭐 이러냐고 그만하라듯이 가운데로 모여서 지들끼리 몸을 맞대고 꼼짝을 안 한다. 아마도 나에게 투덜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재주가 맑은 사람이라면 이렇게 흘러들어오는 순간들을 글로 바꾸어 종이에 기록하는데 서슴없을 것 같다.아니 나도 다다다닥 속도감을 붙여서 빈 종이를 읽을수록 매력 있는 글로 가득 채워보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자판 위에서 띄엄띄엄 엉성하게 단어만을 조합하고 있는 중이다. 노트북도 이런 내가 답답했는지 제대로 좀 해보라고 윙윙 소리를 내고 있다. 변명 같지만 나도 글 좀 써보려고 그러려고 애를 써봤다. 사실은 애만 써봤다.
나도 안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문장을 읽다가
한 문장 앞에서라도 멈출 수 있도록
단순히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사람을 맞이하려면 글도 준비된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런 생각과 거리가 먼 채로 그들을 바라보기에만 바빴다. 그렇기에 나의 글에는 관찰로 태어난 진짜 글이 아닌 하품을 하게 만드는 거품으로 가득하다.
오늘 쓴 글만 해도 그렇다. 모양새 있게 수정을 하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다듬어야 할지 정말 대책이 서지 않는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해도 새로운 관점으로의 접근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해서 열심히 읽어보았지만 그때마다 길을 찾지 못하고 그 안에서 헤매기 일쑤였다. 브런치라는 이 공간도 단번에 못 찾고 두 번 정도 헤매다가 간신히 찾아 들어왔다. 그래도 나는 브런치라는 글 놀이터가 생긴 것이 마냥 신이 나는 모양이다. 비록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행복한 쓰레기가 쌓일지언정 글을 쓸 때마다 삐죽삐죽 새어 나오는 웃음을 대놓고 열심히 즐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