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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상태 메세지는 '나 왜 이러니'인 모양이다.

by 문장 수집가

내가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은 날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날인 모양이다.


원래의 계획은

오전에 회의록 작성

오후에 느긋한 차 한잔이었는데


일주일에 한번 먹는 골다공증약을 먹고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스마트폰의 카톡을 확인 하려는 순간

갑자기 따끔한 느낌이 들더니

무엇인가 찢기는 듯한 느낌이 3초정도 전해져 왔다.


원래 안구건조증이 있어서, 조금 건조해서 그런가 싶어

인공눈물을 넣으려고 서랍을 열다가

화장대 앞에 마주한 나의 눈은

충혈되다 못해 빨간 실핏줄들이

눈 전체를 점령하고 있었다.


부랴 부랴 다니는 안과의 점심 시간을 확인해보고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한다음

마을 버스의 시간을 확인해 본다.


바로 나가면 탈수 있겠다 싶어

평상시 발걸음의 두배의 속도로

아파트 앞 정거장으로 뛰어 나갔다.


그런데, 마을버스가 내 앞에서 출발해 버리고 만다.


어쩔수 없구나. 그 길로 열심히 20여분을 빠른 걸음으로 병원에 도착을 했다.


어쩐일인지 평소보다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접수를 하는데, 그럼 그렇지... 원장님이 수술을 들어가야 해서 1시간정도 대기를 해야 한단다.


아 한시간. 기다릴것인가 말것인가. 몇초 생각하다가 오후로 진료를 예약하고 병원을 나섰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집으로 다시 갈까. 아니면 차를 마실까? 커피숍을 향해서 발길을 돌리다

아차차 아침에 골다공증약을 먹었지. 이 약은 복용후 1시간동안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 30분도 안되었는데..ㅠㅠ


어쩌지...그냥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려 가는데, 왼쪽에 서점이 보인다.

평상시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하기에 서점이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 않고 지나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에는 불편한 편의점 2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몇분뒤에는 김밥 한줄과 디카폐인 커피한잔이 다른 한손을 차지해버렸다.


양손에 들린 그것들과 함께, 앞으로 순서를 다시 정해본다.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기로 했던 오후는 물 건너갔으니

오후 진료시간까지

우선 김밥과 커피를 마시면서, 불편한 편의점 2를 읽어야지 하면서

집의 문을 연순간

어라. 방안에서 보이는 컴퓨터의 빈화면.

급하게 나가느라고 전원을 그대로 켜둔체로 둔것이다.


나 오늘 왜 이러니 하면서

컴퓨터를 꺼야겠다 생각하면서 방안으로 들어 가는데

갑자기

이 상황을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건 뭐란말인가.


결국

나는 그 시점부터 지금까지

이 글을 쓰느라

김밥 먹는것도 커피를 마시는것도 불편한 편의점 2을 읽는것도

아무것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오전에 작성하기로 생각한 회의록 작성조차

계획한 방향대로 진도가 하나도 나가지 못한채

자판위에서 움직이는 손끝만 유일하게

자기 할일을 하고 있다.


아니 하나 더 있다. '나 왜 이러니'라는 혼잣말에게 내어준 나의 입이다.


그래도 글을 마무리 하는 이 순간 자판과 나의 손가락은 쉬는 시간을 얻었다.


몇줄만 쓰기로 하고 자판을 두드렸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아차차... 진료 예약 시간에 맞추려면 지금 나가야하는데..


정말 나 왜 이러니...정말...


아무래도 오늘 나의 상태메세지는 무의식에 점령당한 나에게 읊어대는 '나 왜 이러니' 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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