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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먼 북소리를 듣는데는 실패했지만

by 문장 수집가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ㅡ 터키 옛 노래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먼 북소리에 이끌려

3년동안 유럽을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때 쓴 책이

먼북소리라고 한다.


어느 작가의 여행서적에도

하루키처럼

먼 북소리에 이끌려

일본으로 떠났다는 문장도

본적이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먼 북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하는

들뜸이 생겨서

지역도서관으로 먼 북소리를 만나러갔다.


하지만 막상 서가에서

책을 뽑아들었을때


여기 저기

테이프로 칭칭 싸매져 있고

책장 사이사이는

틈이 벌어져 있고


심지어는

온갖 색깔로

문장 문장마다

그어진 줄로 득한 문신 투성이의

책을 보면서


처음엔 온전치 못한 책 상태가

맘에 들지 않아

도로 자리에 넣을까 하는

생각이 먼져 들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 자리에 서서 십분정도

책을 들여다만 보 든 생각

안스러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먼 북소리를 이끌어 내느라

네가 참 고단했겠다 하는 측은지심

결국

그 아이를

품에 꼭 안아들고

우리집으로 데려왔다.


읽어보려고 했던

마음과는

달리


지치고

상처투성이인 책을

한장 한장 조심 조심

만져주었다.


그리고


책들 사이에

끼어서

서있느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느라고

얼마나

피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싶어

내 책장의 한켠에 있는

하루키 컬렉션에

넓게 자리를 마련해주고

최대한 편한 자세로

눕혀주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제 좀 읽어도 되려나

하는 마음으로

책장 앞에 다시 서보았지만

갑자기 여행과 휴식이 필요한 대상은

내가 아니라

이 책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식구들의 삼시세끼를

일주일에 한번 있는 재할용 수거를

일주일에 한번 있는

동네 친구들과 수다도

뒤로 한채


5분이면 당도하는 나의 동네 아지트로

먼 북소리를 데리고 나왔다.


이번에는

읽을거리로서가 아

하루의 여행로서

자유를 주고 싶었다.


비록

여권을

들고

떠나는

여행은 아닐지라도


이번엔 내가

너에게 먼북소리를 들려주고 싶구나.


오늘만큼은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채롭게

풀어내는

먼북소리를

들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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