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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 수집가 Nov 15. 2022

그렇다면 아버지 덕분에 비행기를 탄게 맞는 거 같아요

아버지 있잖아요. 어제는 정말 신기한 일이 저에게 일어났어요.


'요즘 사람들 중에는 김치를 사 먹는 사람들도 있다는구먼'이라는 내용으로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소재로 브런치에 글을 썼는데, 갑자기 조회수가 늘고 있다는 알람이 계속 오는 거예요.


몇몇 사람들과 회의를 하다가 잠시 살펴본 브런치에 제 글이 인기글 목록에 있지 뭐예요. 요즘이 김장철이라 김치에 대해 많이 찾아봐서 그런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낯설고도 신기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버지의 첫 손주이자 나의 사랑하는 딸에게 이 소식을 들려줬는데, 글쎄 첫마디가 뭐라는지 아세요?


"엄마, 너무 다행이다"라는 거예요. 보통 그런 때는 정말 좋겠다라던가 정말 축하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축하한다가 아니고 다행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아이의 대답이 

"엄마가 '요즘 사람들 중에는 김치를 사 먹는 사람들도 있다는구먼'를 쓰면서도 시골 할아버지 생각에 울었을 거 아냐. 슬펐을 텐데 그 글이 브런치에서 인기가 있어서 엄마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을 거 같아서..."


"내가 회사 다니느라 집에 없는데 매일같이 할아버지 생각하면서 울고 있을 엄마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거든"


"정말 다행이야. 할아버지 이야기를 글로 쓴다고 했을 때만 해도 엄마 마음에 더 금이 갈까 봐 걱정 많이 했거든"


"아마 시골 할아버지가 하늘나에서 엄마를 지켜보면서 위로를 담아 보내준 선물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이 들던데 엄마는?"


이런저런 대화가 끝나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어요. 


얼굴도 자주 못 보다가 아버지가 아프던 4개월 동안 곁을 지키던 불효녀에게  아버지가 떠나면서 제게 했던

"네 덕분에 고마웠다" 그 말이 너무 죄스러웠는데, 


아이가 해준 말대로 정말 그런 걸까요? 그렇다면 아버지 덕분에 제가 비행기를 탄게 맞는 거 같아요.


그럼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던 아버지도, 

그런 아버지를 붙잡지 못했던 저에게도 조금은 다행인 거 맞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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