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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애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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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 수집가 May 14. 2023

아버지 저랑 커피 한잔 하실래요?

동네 근처에 카페 거리가 생겨서 

커피를 마시지 않더라도 

활기 넘쳐나는 분위기를 따라 

한 바퀴를 도는 것도 재미 중의 재미가 되고 있다.


별게 다 감사하고

별게 다 좋고

별게 다 재미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요즈음의 나는 


별게 다 소중하고 감사하고 고맙고 좋고 즐겁고 그렇다.


그렇다.

지금의 나는 그러하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나의 감정을 소중하게 다루게 되는 것도 

그냥 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이전의 나의 감정들은 어땠을까?


나이가 들어가고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소통의 폭이 줄어들고


본분이라는 굴레에서 허덕이고 


보폭이 맞지 않는 사이여도

억지로 맞추려 애를 써보기도 했고 


이게 아닌데도

그냥 그런 척하기도 했고 


그렇게 가끔 아니 때론 자주

몸과 마음이

지치고

고단하고

우울하고

자책하고

슬프고

씁쓸하고

다 싫고

그랬다.


그렇게 그렇게 무거운 추를 매단 채 살고 있던 나였는데


아버지가 

나의 친정아버지가 

그런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침대 하나에 

몸과 마음을

그리고 줄어드는 생명을 저당 잡힌 채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당신 곁을 지키줘서  

고맙다는 말을 

환한 미소를 가득 담아 

나에게 선물하고는 했다.


그리고는 

딸 덕분에 외롭지 않고 

이렇게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해주셨다.


사실 그때도 

돌봄이라는 의무에 

자식이라는 의무에

조금은 힘겹고

왜 나여야만 했는지를 생각하기도 했는데...


아버지는 

일평생 엄마에게도

자식들에게도

나에게도

순간순간 모든 마음이 진심이었다.


평소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죽음이 완벽하게 나의 일이 되기 전까지

그 따스한 온도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다.


아버지가 나의 곁을 떠나신 지 2년째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온 힘을 다해 아버지가 나에게 심어둔 사랑의 씨앗을 

키워내고 있는 중이다.


동네에 피어있는 들꽃에게서 소박함도 얻어오고

또 근처의 커피 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의 활기도 얻어오고

저녁 무렵 꼭 손을 붙잡고 운동을 나오는 

모자에게서 부모자식 간의 정을 얻어오기도 하면서


그 얻어온 모든 것들에게 감사하면서

씨앗에 불어넣고 있는 중이다.


하루하루 

내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그 씨앗 덕분에


아버지의 온기를 제대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 덕분에


별게 별게 다 소중하고

별게 별게 다 귀하게 다가왔다.


오늘은 

동네 근처의 카페 거리에서 모아 온

커피 냄새를 씨앗에 살며시 건네면서

아버지에게 혼잣말을 건네 보았다.


" 아버지  저랑 커피  한잔 하실래요?


오늘은 

 아버지가 좋아하는 커피믹스 대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별식을 준비해 봤어요.


단맛은 없지만

이쪽 세상에서는 

지금 이게 대세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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