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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 잘못했어?

아네모네 기르기 도전중 -2

by 문장 수집가

"부인 거기서 뭐 하고 있는겨?"


"아니 아무것도 안했어?"


"안하긴 뭘 안했다는거야. 왜 가만히 있는 개네들을 못살게 구는거야?"


오늘 아침 베란다에서 있었던 한 장면이다.


며칠전 뿌린 아네모네 씨앗이

이제나 저제나 싹을 튀우는지 살피고 있던 나는


오늘도 감감 무소식인

화분의 흙을 바라보다가

나의 조급함과 성급함을 앞세워서

손가락으로

훍을 파 보고 말았는데

그 행동을 출근하던 남편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더 우스웠던것은

'거기서 뭐하고 있어?'라는 말에

화들짝 하고 놀래는 나의 반응이었다.


남편이


"너 그러는 모습이

애들이 어렸을때 사고를 치다가

우리에게 걸렸을때

딱 그 모습인거 알어?"


그리고는

장황하게 잔소리에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것이다.


"누가 너 못살게 굴면 좋아? 싫어?"


"싫어..ㅠㅠ"


"그럼

개네들이 스ㅡ스로 바깥 세상에 고개 내밀때까지

기다려야 해? 기다리지 말아야 해?"


"기다려야 해..:


"그래? 그런 너의 행동이 잘한거야? 잘못한거야?"


"잘못한거야."


"잘 아는구먼, 자 이제 어떻게 해야지?"


"흙을 다시 덮어줘야지"


화분에 고개가 닿을만큼

푹 숙이며

남편의 말대로

살살 흙을 덮어주면서


'괴롭혀서 미안하다. 얘들아 ~~

너희가 나오고 싶을때 나오렴.

힘들겠지만 참고 기다려볼께'

라고

혼잣말을 빙자해 그 친구들에게 사과를 했다.


조심 조심 화분을 제자리에 옮겨 놓고서

다시 한번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래

우리 괴롭히더니

그럴줄 알았다. 쌤통이다.'

라고 화분속 아이들이 나를 향해 웃고 있을 것 같다.


이런때를 두고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하는 상황인건가?


픽사베이 -아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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